"나눔울산" 4월 좌담회 참석자들은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직업재활의 실제적인 기능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직업재활을 거친 장애인들이 장애인 복지의 핵심과제인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 고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자= 울산은 충분한 재정자립도와 함께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어느 타 도시보다 활발한 도시이다. 사회복지는 물론 장애인복지의 여건이 충분한데도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장애인복지의 현주소와 개선방향을 어디로 잡는게 바람직한지 의견을 개진해주기 바란다.
△이수영= 울산시의 장애인 복지정책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먼저 시의 장애인 복지정책을 설명하는게 좌담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울산지역 장애인 숫자와 예산 등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므로 시가 추진하는 정책과 주요 사업 등을 설명하겠다.
 광역시 승격후 울산시가 추진한 장애인복지는 시설확충에 집중됐다. 광주, 대전 등 비슷한 도시규모의 여타 도시에 비해 울산의 장애인 관련 복지는 그동안의 예산집중 투입에도 불구, 아직까지는 부족한 것 같다.
 장애인 복지의 내실있는 운영(소프트웨어)을 위한 시설확충(하드웨어)이 어느정도 개선되면 지역 장애인들이 누리는 복지도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본다.
△김병수= 장애인 복지예산, 즉 시설확충에 투입되는 재원은 괄목할 정도로 늘었다. 전국에 9개 뿐인 시각장애인복지관 중 하나가 울산에 설치돼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설확충과 장애인복지 여건조성에도 개별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복지에는 의문부호를 매기고 싶다. 이유를 고민해본 결과 기본적인 시설이 워낙 없던 상태에서 시설을 급격히 늘리려다 보니 장애인 개개인이 체감하는 복지보다 기본적 복지여건과 시설을 충족하는데 힘을 너무 쏟았다는 것이다.
△박동순= 장애아동 교육 부문에서 울산은 타 지역보다 시설과 지원 면에서 여건이 좋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의 장애아동 교육은 학부모들이 통합교육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데도 이들 장애아동이 특수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장애아동의 특수교육을 위한 교사들에 대한 지원책이 아쉬운 상황이다.
△최은식= 전국 직업재활시설 238곳에는 7천174명의 근로장애인들이 직원 952명의 도움으로 홀로서기 과정을 훈련받고 있다. 울산에는 11곳에서 193명의 근로장애인들이 직업재활 훈련을 받고 있지만 한마디로 이들조차 제대로된 직업재활 도움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재활시설에 배치된 직업재활교사의 경우 근로장애인들의 직무평가와 체계적인 직업재활 프로그램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직업재활교사들은 근로장애인들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직업훈련과 직무를 평가하고 가장 적합한 기술을 선택해 해당 장애인이 익히도록 해야 하지만 현실은 보호작업장의 영업과 일감확보 등에 거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들 외적업무를 등한시할 경우 보호작업장 운영이 타격을 받게 돼 운영측면에서는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업무가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자= 울산의 장애인 복지는 외형상 관련예산이 늘어나는 등 하드웨어적인 면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운영부문, 소프트웨어적인 면은 아직 부족한게 많다. 예산문제도 실제 장애인 복지를 위해 쓰여지는 건 얼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또 장애인단체 지원예산과 관련해 장애인 당사자의 역량강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해 달라.
△이수영= 관련 시설확충에 대부분의 돈이 다 들어간다는 지적같은데, 그렇지 않다. 올해만 해도 장애인 관련시설은 장애인종합복지관 한곳을 건립하는 것 뿐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50여억원이 전부다. 그 금액을 제외해도 시 전체 장애인관련 예산은 4~5년전에 비해 2배이상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즉, 기본시설이 늘어나다보니 늘어난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운영예산이 증가했다는게 더 올바른 지적일 것이다.
△이정명= 장애인 관련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예산을 받아 사용하는 만큼 이를 부정하는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즉,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되 문제가 발생할 경우 2차적으로 예산집행 등을 감사하는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박동순= 장애아동에게 있어 장애인 당사자의 역량은 부모들의 역할을 말하는 것인데, 장애아동의 역량은 부모들의 생활수준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애아동 시설에서도 부모역할을 많이 교육하지만 장애아동이 누려야 할 복지에는 만족할만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부모들의 역할증대를 위한 단체구성과 이들 단체의 의견과 요구를 당사자 목소리로 인정해주는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최은식= 직업재활 훈련에 있어 사회참여를 위한 단계별 교육보다 일정수준의 기술과 작업능력을 요구하는 현실이 직업재활에 나선 근로 장애인들을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회자= 울산은 장애인들의 사회참여가 가능한 도시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접근성, 이동성 등에 대한 편의시설 현황과 개선지향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정명= 장애인의 편의·이동시설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게 사실이다. 관련 법이 규정한대로 법적 대상시설의 편의시설 충족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법 규정대로 설치된 시설이 실제 장애인들의 이동과 편의에 얼마만큼 도움을 주는지, 실제 활용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자신할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시민들의 인식이 아직도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이같은 사회전반의 인식개선은 우리 모두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박정남=지난해 말 민노당 울산시당의 조사결과 관공서와 교육, 의료기관 등 11개 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대부분 법적인 규정을 충족한 걸로 조사됐지만 이용도와 활용도 면에서는 많이 부족한 걸로 나왔다. 즉, 장애인 이용편의보다는 건물 준공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라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사회자= 울산의 타지역보다 장애인 고용이 나은 편이다. 선진국에서는 노조와 연계해 장애인 복지와 고용을 다루고 있다. 장애인 복지와 불가분의 관계인 장애인 고용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는가.
△최은식= 먼저, 작업활동시설, 보호작업장, 근로시설, 직업재활훈련시설 등 민간기업에 취업하기 전까지의 전 단계 기술훈련 과정을 고용으로 볼 것인지, 순수한 장애인 복지개념으로 볼 것 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사견으로는 보호작업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작업장의 이익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이익을 완전히 무시하지 말자는 것이지, 이익창출을 기술훈련보다 중요시 하겠다는게 아니다.
 직업기술 습득과 이익창출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장애인의 기술훈련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박정남= 사회자는 울산의 장애인 고용이 타지역보다 나은 편이라고 했는데, 이는 기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즉, 이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산업재해 장애인들을 수년간의 직업재활 과정을 거쳐 어렵게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장애인 고용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2002년 집계한 울산지역의 장애인 고용률(산재장애인 제외)은 0.87%, 법적인 의미의 장애인 고용률(산재 1급이하 제외)도 1.9%대에 불과하다.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미부여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사회자= 울산의 장애인 복지가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수영= 장애인 복지의 지향점은 한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책임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맞춰져 있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울산시는 이동권 확충, 충분한 직업재활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허달호= 시혜적 차원의 복지보다 권리·인권확보 차원의 장애인 복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복지, 당사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숙히 파악하고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박동순= 장애아동의 의사표현은 부모가 대신하고 있다. 부모들과 시설에서 요구하는 필요시설은 갖춰지도록 지원하는게 바람직하는데 시설확대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시설운영자 입장에서 참 난감해진다.
 어릴때부터 직업재활이 이뤄지도록 장애아동 보호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위해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김병수= 장애인 복지는 부족한 걸 채우는게 아니라 당연히 누리는 장애인 인권문제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 . 장애인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네트워크가 시급하다.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한 곳에 결집하고 실현하는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와 과정을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최은식=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는 일련의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목소리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과도하게 행동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최소한의 자기의사조차 제대로 주장하지 못한채 망설이고 있다. 이같은 망설임을 무너뜨리는 사회인식 개선과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실력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정남=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노력과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양쪽 모두의 노력이 더해질 때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는 더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박정남기자

사진설명)=본보의 연중 캠페인 "나눔울산" 4월 주제와 관련해 지난 22일 오후 3시 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 첨석자들이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다.
사진설명)=참석자 8명 얼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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