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농도 증가가 주요 원인
기후변화로 인한 비정상적 고온
지구촌 곳곳서 광범위하게 진행
30년 이내 탄소중립 실현 못하면
더 강력한 폭염과 가뭄 동시다발
대규모 복합적인 재난 빈발 지적
이제는 전지구적 실천 필요한 때

▲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5월이면 한반도는 서서히 폭염 발생기에 접어든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폭염 발생 일수를 보면 연평균 10일을 조금 넘는데,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오는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까지 집중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폭염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2018년의 경우 포항에서는 4월21일에 발생한 기록이 있다. 때 이른 폭염 발생이 늘고 있는 것은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반도의 기온상승은 특히 봄철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봄철 기온 증가는 여름이 빨리 오는 효과를 가져 오며 결과적으로는 폭염 발생이 가능한 여름의 계절 길이가 늘어나고 있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지는 기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에서 폭염 특보를 기존 6월에서 9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체제를 2015년부터 연중으로 확대한 것은 과거에 비해 한반도의 기후가 뚜렷이 달라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2021년은 지구촌 곳곳이 폭염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특히 북미 서부에서는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장기간 이어진 폭염으로 초과 사망자가 1260명 이상 발생하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었다. 이 기간 지구상에서 가장 덥다는 미국 서부의 데쓰벨리는 56.7℃, 캐나다에서는 49.6℃로 관측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의 폭염 또한 극심했는데, 전문가들은 2021년 북미와 유럽의 폭염 강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온도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10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수준으로, 최근 들어 폭염이 빈발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가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은 특히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전 지구 평균기온이 관측 사상 역대 최고 수준으로서 지구 곳곳에서 지난 100년 이상 관측했던 온도 기록들이 깨지고 있다. 2021년 폭염을 계기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에서는 폭염의 등급을 부여하고, 이름까지 붙이겠다고 나섰다. 폭염이 허리케인과 같이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자연재해로서의 피해가 그만큼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북미의 폭염과 같이 장기간 대륙 규모로 발달하는 폭염은 가뭄과 대형 산불 피해로까지 번져 도로 파손, 철도와 항공 운행의 중단 등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 우리나라도 2018년 대폭염을 계기로 폭염을 재난안전법이 정한 법정 자연재해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폭염은 비정상적인 고온 현상이 수일에서 수십일간 지속되는 것을 말하는데 그 기준은 국가별로 다르다. 세계기상기구에서는 한낮의 최고기온이 평균에 비해 5℃ 이상 높은 날이 5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또한 최고 기온이 33℃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 폭염주의보를, 35℃ 이상으로 예측되면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최근에는 습도를 고려한 체감온도 기반의 폭염특보를 시험 운영하고 있다. 무더운 날이 여러 날 반복되면 그 만큼 인체에 미치는 열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해 지면서 태풍과 같은 심각한 자연재해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 2021년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워싱턴주를 지나는 5번 고속도로가 파손돼 응급 복구를 하고 있다.
▲ 2021년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워싱턴주를 지나는 5번 고속도로가 파손돼 응급 복구를 하고 있다.
▲ 2021년 7월 미국 서부에 발생한 기록적 폭염으로 네바다 주 미드호의 수위가 내려가며 심각한 가뭄을 가져왔다.  출처:카일 그릴롯, 블룸버그 게티이미지
▲ 2021년 7월 미국 서부에 발생한 기록적 폭염으로 네바다 주 미드호의 수위가 내려가며 심각한 가뭄을 가져왔다. 출처:카일 그릴롯, 블룸버그 게티이미지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고 확실한 피해가 예견되는 재해가 바로 폭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21년에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지구상 전역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평균 기온이 1℃ 이상 상승한 것은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한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에 대한 신뢰도는 99~100%로 거의 확실(virtually certain)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100%를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즉, 기후변화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결론을 팩트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IPCC 보고서가 맨 처음 발간된 1990년 이래 가장 강력한 표현이다.

무엇이 이러한 강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가? 전문가들은 인공위성을 포함한 첨단 기기로 남극에서 북극까지 촘촘하게 관측한 지구 관측 데이터의 정보 증가, 장기간 축적된 기후 자료의 신뢰성 증가, 그리고 보다 정교해진 기후예측모델의 기술 발전 등으로 과거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학적으로 보면 기후변화가 인위적인지 자연적인지에 대한 논쟁은 이제는 소모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미래에는 더욱 강력한 폭염과 가뭄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복합적 재난이 잦아질 것으로 IPCC는 전망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실천이 필요할 때다.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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