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공장부지를 구하지 못한 현대중공업이 인근 포항시에 선체 블록제조공장 등 대규모 신규공장 증설을 추진키로 해 지역사회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울산의 주력기업이 지역내에서 공장부지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지역에서 창출된 부가 외지로 유출되는 것은 지역경제 차원에서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울산시가 늦게나마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향토기업의 외지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기업을 역내에 잡아두는 일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울산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오래전부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마당에 자동차 석유화학과 함께 울산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조선업계까지 외지이탈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산업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역기업의 "탈울산" 못지않게 국내기업의 "탈한국"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이 발표한 "중소기업 해외진출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391개 설문조사 중소기업 중 약 200개업체(51.2%)가 향후 1~2년내 해외로 나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3~5년내 진출하겠다’는 응답도 29.1%에 달해 전체의 80.3%가 5년내 해외로 진출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업체의 해외진출 희망 국가로는 중국(69.9%)이 가장 많았다. 이러한 탈한국 현상의 주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국내 100개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해외이전의 원인은 고임금이 39%로 가장 많았고, 잦은 파업 등 노사관계 불안 34%,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20%로 각각 나타났다.
 해외에 진출한 주요 대기업의 국내 생산직 평균임금과 해외임금의 차이는 5~10배에 이르며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임금총액의 비율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해외진출 국내기업의 국내외 임금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산직 평균 연봉은 약 3천600만원이었다.
 반면 이들 기업의 중국 현지공장 생산직 평균연봉은 약 340만원, 중국을 포함한 해외 전체 공장 생산직은 약 700만원(미국 현지공장 제외할 경우 56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일을 하는 국내직원들의 연봉이 중국직원의 10배를 넘는 셈이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국내는 평균연봉이 4천430만원이지만 터키공장은 1천3만원으로 국내의 22.6%, 인도는 438만원으로 9.9%에 그쳤다.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분규 또한 고용주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데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114개 주한 외국인 투자기업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53%가 외국인투자 확대의 선결과제로 노사안정을 꼽았다.
 기업의 매각이나 경영권이나 인사권 행사도 노조의 격렬한 투쟁에 부딪히게 되면 번번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외국인 CEO들의 생각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들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의 노력이 추진되고 있고 노동계의 국회진출로 새로운 대화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상생의 노사문화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조가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마주앉아 국내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공동노력하고 긍극적으로 기업의 탈한국과 탈울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추성태기자 cho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