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공연 참여로 자긍심·활력
울산 공공기관 문화복지사업 통해
갈등 해소하고 문화도시 거듭나길

▲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문학박사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에 달하는 선진국이다. 한류(korean wave)는 이제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세계적 문화 추이의 다른 이름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지수는 그에 걸맞지 않게 낮은 수준이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21 세계행복보고서(2021 World Happiness Report)에서 한국의 행복지수가 146개국 중 59번째라고 발표한 바 있는 데, 연령별로는 60대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 우리나라가 장수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짚어봐야 할 일이다.

울산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인구의 12.9%(2021년 기준)이며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출산율 하락을 감안할 때 10년 뒤에는 22%, 20년 후에는 32%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울산이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은퇴한 세대들이 우리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3월 초 지역문화진흥원이 전국 광역재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버마이크’공모 사업은 그런 점에서 다행이며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울산문화재단은 이 사업에서 강원, 전남, 전북, 충북 등과 함께 5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실버마이크는 지역의 어르신들이 스스로 만든 공연을 통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문화 활동을 확산시킴으로써 문화 참여와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사업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기관들은 사업비 2억5000만원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울산문화재단이 주관해 최종 선정된 팀은 총 20개로 울산지역 10, 부산지역 5, 경남지역 2, 경북지역 3팀이다. 심사는 사업 취지에 따라 예술성과 완성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지역안배는 고려되지 않았다. 대부분 생활문화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참여하였는데, 일부는 전업예술인에 근접하는 실력을 보여주었고 특별히 울산지역팀들의 역량이 돋보였다고 한다. 이 사업은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전환을 갈구하는 울산시민의 문화 향유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문화재단이 본 사업을 힘써 기획하고 성과를 낸 것은 17만명에 이르는 대량 은퇴가 진행 중인 울산의 은퇴자들과 어르신들에게 공연활동을 통해 자긍심과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전쟁과 가난, 산업과 개발을 중시한 시대를 경험하면서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헌신과 희생을 의무처럼 붙잡고 평생을 바친 어르신들을 위해 울산문화재단이 작으나마 역할을 맡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울산문화재단은 문화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소외된 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장애예술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문화다양성 사업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 중이다. 향후에도 시민 모두가 문화 생산과 향유의 기회를 골고루 보장받는 문화복지사업을 수행할 것이다.

사실 행복이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행복해지는 방법은 시민 개개인의 선택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차원의 역할이 없다면 그 또한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고 말 수 있다. 울산문화재단이 자신의 역할을 다시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버마이크’ 사업을 계기로 미래의 울산은 모든 세대가 문화의 힘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차이를 포용하는 진정한 ‘문화도시’가 되길 희망한다.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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