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정 울산중앙초 교사

우리 학교는 올해도 교육경비 보조금을 신청하게 되었다. 2021학년도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2022학년도 교육경비 보조금을 신청하라는 공문이 왔다. 선생님들은 부랴부랴 새 학년도에 실시할 교육활동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했다. 바쁜 학년말 업무처리 기간이지만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위해 지원받는 보조금이라 놓칠 수 없었다. 기한 내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해서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선생님들은 마법의 열쇠라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팔을 걷어붙이는 건 부모의 마음과 같았다.

학년에 맞는 아이템을 생각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없는 창의 융합형 문화예술 미래 교육에 초점을 맞추자!’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3D 펜 체험, 마 체험, 샌드아트, 캘리그라피, 네모의 꿈 사진전 등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해보고 싶은 활동이 많았다.

3월 교육경비 보조금 교부 결정 통지가 오자 선생님들의 협의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가정에서 많이 접해보지 못한 활동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상인지 모른다.

벌써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마술 체험수업 소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만큼 나는 서둘러 마술체험 강사 섭외에 나섰다. 자신이 직접 무대에 서보기도 하고 친구의 신기한 마술에 1학년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나도 덩달아 기대에 부풀었다.

드디어, 마술 체험수업보다 먼저 계획한 센터피스꽃 공예수업을 하는 날이 되었다. 플로리스트와 몇 차례 수업 협의회를 진행하면서 1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이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1학년이라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플로리스트 직업 탐험도 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송이 한 송이 자음자 모음자 꽃말을 익혀가며 작품을 완성했다. ‘꿈자람터’ 교실이 피톤치드 향기가 가득했다. 공부시간에 화장실을 몇 번이고 다녀오던 승우는 쉬는 시간도 잊은 채 꽃꽂이하느라 꽃바구니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승우에게 저런 면이 있다니!’

플로랄 폼이 물에 적셔지는 과정도 관찰했다. 손으로 눌러서 억지로 물을 적시면 안 되는 이유도 설명해주셨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센터피스를 아들딸에게 선물로 받게 될 부모님들은 아마 너무 기쁘실 것 같다. 1학년이라 그런지 더욱 대견했다. 고생 끝에 얻은 단체 사진 1장, 모두들 부모님께 드릴 꽃바구니를 들고 한껏 자신의 포즈를 뽐내고 있었다.

‘한 떨기 꽃이 그냥 피는 법은 없나 보다!’ 학년말 분주한 가운데 기한을 놓칠세라 정신없이 신청한 사업이지만, 올 5월 우리 학교 곳곳에는 이팝나무의 하얀 눈꽃 같은 문화예술교육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축제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자양분이 되길 바라본다.

안현정 울산중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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