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소인 영국의 콜드 홀(Calder Hall) 발전소가 운전을 개시한 지 50년이 되었다. 이후 각국의 원자력 발전이 꾸준히 늘어나 1973년 제1차 석유파동때는 147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핵발전소의 위험과 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핵발전소 건설에 제동이 걸리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핵발전소 건설계획이 중단되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원자력을 대신할 만한 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않아 전력수급이 어려운 국가에서는 여전히 핵발전소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지난달 말 동료 시의원들과 함께 일본 연수기간 중 켄카이(玄海) 핵발전소를 다녀왔다. 울산에 핵발전소 건립이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생면 핵발전소 건설 반대 실무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일본의 핵발전소에 남다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일본의 핵발전소 운영 실태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핵발전소 건립을 중단하거나 가동중인 핵발전소를 패쇄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후진형 핵발전소 건립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도 손쉽게 핵발전소에 의지하려는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핵정책을 보면 과연 우리정부는 핵발전소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는지 조차 의심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의 핵발전소는 현재 52기가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직접 경영하고 있지만 일본은 민간기업에서 경영한다. 필자가 켄카이 핵발전소에 도착한 것은 시내에서 버스로 2시간을 넘게 달린 뒤였고, 도심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섬과 같은 오지에 위치해 있었다.
 켄카이 핵발전소는 55.9kw 2기와 118kw 2기가 있었는데, 첫 번째 인상은 잘 가꾸어진 공원을 방문한 듯한 느낌이었다. 켄카이 에너지 파크라고 이름붙인 과학관, 옥외놀이기구와 연못, 벚꽃가로수 등을 심은 태양의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으며, 규슈의 역사와 민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적과 민속전시관, 관상용온실 등이 어우러져 연간 방문객이 30만명에 이를 정도로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아울러 켄카이 핵발전소는 홍보와 주민배려에 막대한 예산과 정성을 쏟고 있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핵발전소 인근에는 농어촌 주민들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 오징어, 젓갈, 파인애플, 귤 등 각종 특산물을 팔아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었다. 또한 지역발전, 농어촌보상 및 혜택 온배수문제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며 지역주민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물과 크기가 같은 핵발전소 모형을 만들어 방문객에게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별도의 훈련센터를 만들어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 상황을 가정해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켄카이 핵발전소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30년이 지나 수명이 다된 핵발전소를 재사용하기 위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이해를 얻어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한해 부안의 핵폐기물처리장 설치 여부를 놓고 몸살을 앓은 우리로서는 일본의 핵발전소 정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울산에 핵발전소 건립을 강행하는 정부에게 일본의 핵발전소를 제대로 연구할 것을 권한다.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민주적 절차까지 무시하면서 핵발전소 건립을 강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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