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은 참으로 많은 행사와 다양한 기념사업들로 연일 훈훈한 내용들이 지면을 채우는 가운데 때맞춰 버려진 사람의 이야기 또한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어버이날은 갈수록 그 빛이 퇴색되어 가고 자유분방하게 살기를 원하는 신세대들의 노인공경에 대한 생각은 더욱 멀어지는 듯하여 걱정스런 마음이 앞선다.
 어버이날은 사순절의 첫날로부터 넷째 일요일까지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하여 교회를 찾는 영국, 그리스의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1908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마을에서 "안나 자이비스"라는 소녀가 흰 카네이션 꽃을 가슴에 꽂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한 것이 기념이 되어 1914년 미국정부가 매년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한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56년부터 5월8일을 "어머니날"로 정하였다가 1974년 "어버이날"로 명칭이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나마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한번 생각하고 경로효친에 대한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로써 효행의 본보기를 자녀들에게 심어주는 교육적 역할로도 한몫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
 효도란 평소 실천해야하는 생활덕목인데 이렇게 특정한 날을 만들어서까지 강조해야하는 것은 쉽게 얻어지고 너무나 풍부하여 평소에 귀한 줄을 모르고 함부로 쓰고있는 물과 공기 같아서 그 큰 사랑의 힘을 다시한번 깨닫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날에 먼저 가신분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 그리고 함께 살고있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생활속에서 더욱 커져야하고 더 많은 부분으로 확대되어 자리매김해야 올바른 공경이 되리라는 것도 지나친 생각은 아닐 것이다.
 부모에 대한 효성은 서양보다는 동양,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욱 돈독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 조상들은 부모님에 대한 효행을 모든 행동의 근본으로 삼았고, 효도하기 위해서는 온갖 고초를 무릎쓰고 나아갔던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오늘날, 해가 갈수록 경로효친사상이 빛을 잃어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혼과 가정해체의 급증, 고령화사회의 노인문제, 저출산율과 핵가족화 등이 맞물려 우리사회의 가장 기초적 구성단위인 가정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고, 급기야 부모유기 사건들이 빈발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의 충격이 커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가 행복의 원천인 가정을 위협하고 있고 비인간적인 사건들이 21세기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사회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민족의 최고, 최대의 정신적 가치인 "효성심"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효성이나 효도는 특별히 거창한 것도, 어려운 것도, 힘든 것도 아니요, 오직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며 효도를 위한 조건이나 수단이라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없고 단지 걱정을 끼치지 않는 가운데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원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한통의 전화나 한번의 찾아뵈옴에서 묵었던 피로와 정신적 아픔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는 감격을 지니고 있으며, 감동 덩어리인채로 담고만 계시는 사랑자체인 것이다.
 한주간에 같이 맞이한 어린이날, 많은 젊은 부모들의 활기넘치는 모습과 백화점이나 놀이공원이 미어질세라 힘들게 아이들의 시중을 들고있는 행복한 가정들을 보며 아이들에 대한 절반의 노력이라도 어른들께 돌려드렸을까를 한반쯤 반성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여기저기 어른들의 위로행사가 많이 펼쳐지고 있고, 필자 역시 며칠 전에 수천명의노인행사를 주관했던 사람이지만 진정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은 어른들의 존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서슴없이 무례를 저지르는 젊음과 무심한 사회, 그리고 노인들이 핵가족의 단란함을 깨트릴 수 있는 위험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아들딸과 며느리, 그리고 부모의 생각따라 움직이는 어린 가족들에게 있지 않나 싶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만 다하여라. 지나간후면 애닮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일 이뿐인가 하노라." 조선시대 정철 선생의 이 시를 다시한번 상기하며 부모님이 안계셔서 안타깝고 슬픔 마음들이 자식이 없어 눈물짓고 고통받는 외로운 어른들께 돌려진다면 주름진 노안을 환한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감동을 통하여 우리의 삶이 더욱 보람되고 자녀들의 마음에도 효행의 실천을 심어주는 산교육의 장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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