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인력 양성 5년간 1조 투입
융합연계 전공형태 탄력적 시스템 구축
관련분야 균형있게 지원해야 효과 배가

▲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첨단산업 분야 인재양성 미스매치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특히나 6년 전부터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최근에는 더욱 그러하다. 기술의 변화와 진보가 혁명적으로 일어나고 관련한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는 전문인력 공급에 항상 어려움이 있었다. 대표적인 분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컴퓨팅, 양자컴퓨터, 반도체 등을 들 수가 있겠다. 특히 최근 교육부가 중심이 되어 폭발적인 성장이 예측되는, 그래서 인력난이 두드러지는 반도체 분야에 5년간 약 1조원의 재원을 투입해 반도체 전문인력 7000명을 양성하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 확보와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선점을 통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관련학과의 신설과 증원이 포함돼 있다.

사실 특정 산업이나 기술이 부각된다고 해서 해당하는 학과를 만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컴퓨터공학이 전자공학과 응용수학에서 파생돼 독립적인 학문체계를 갖추어 학과로 운영되고, 빅데이터학과나 소프트웨어학과 또한 그러한 예라 본다면 불가하거나 아니 될 일도 아니다. 반도체 산업을 분리하면 반도체 설계, 반도체 생산(전공정) 및 반도체 후공정(패키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요구되는 주 기술요소는 전자공학이나 물리, 화학, 소재, 소프트웨어, 기계공학 등의 기반 기술적 요소가 적지 않다. 첨단기술 그 어느 분야보다도 더 융·복합적 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학과 또는 기업 주문형 계약학과가 더러 있으나, 아직은 독립적인 학문체계로 정립돼 있지는 않다. 최근 첨단 산업 분야 특히 반도체에 관련한 인력양성에 대한 몇 가지 이슈는 3가지 관점에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첫째로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를 들 수 있다. 절대 인원수로 부족한 인력 순위는 고졸자, 학사와 전문학사, 그리고 석박사의 순이다. 전 세계 반도체업계가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시설 운영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지고 있다. 사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의 경우 생산공정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 지능화되어 있으나 팹(fab) 운영을 위한 기본 인력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련해 특성화 고교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는 즉시성 인력양성의 문제다. 대학은 학과를 신설하려면 3년 전에 예고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학과를 설립해 운영하면 인력이 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6~8년 이후의 일이 될 것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이미 늦은 인력양성의 로드맵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학문의 융·복합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융합연계 전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 통상 2학년부터 적용하면 2년 또는 3년 이내에 인력양성이 가능하다. 보다 적게는 마이크로디그리를 활용한 초단기과정의 전문인력 양성도 가능하다.

셋째로는 반도체 학과의 신설과 증원의 문제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 관점에서 논란이다. 이것은 반도체 관련 전문인력의 부족을 단순히 학과 신설 또는 증원의 문제로만 접근하기에 논란이 되는 측면이 크다. 현재 이공계 학과 및 학사 구조에서, 대학 내부에서 얼마든지 정원 조정 없이 반도체 분야 전문인력 양성이 가능하다. 그게 서울대처럼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과 같이 모집단위나 독립적인 학과가 아닌 융합연계 전공 형태로,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인력양성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는 방안이다.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전략적으로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라면 해당 분야에 균형있게 재정적 지원을 해주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만약 이공계 또는 반도체 관련 분야 전반에 걸쳐서 인력공급이 문제가 된다면 이것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적자원 편향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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