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울타리에 가려서/ 아침 햇볕 보이지 않네// 해바라기는/ 해를 보려고/ 키가 자란다

-‘해바라기’ 전문(오장환)

마른 장마가 계속돼서 그럴까. 곳곳에서 해바라기가 쑥쑥 자라고 있다. 신현정 시인은 ‘해바라기 길 가다가/ 서 있는 것 보면/ 나도 우뚝 서 보는 것이다~’고 했다. 필자는 어렸을 적 해바라기꽃을 올려다 보며 나도 이만큼 클 수 있을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해바라기는 여름날 소나기가 한차례 퍼붓고 나면 또 그만큼 컸다.

해바라기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유명해졌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 소비량의 52%를 책임지고 있다. 실제 해바라기가 심어져 있는 광활한 들판을 보면 끝이 안 보일 정도다.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의 국화(國花)다.

해바라기 들판은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Sunflowers)’에 잘 소개돼 있다. 영화 ‘해바라기’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가슴 아픈 이야기다. 여주인공 지오반나의 남편 안토니오는 히틀러의 파병제안을 수락한 무솔리니 때문에 할 수 없이 원정군이 돼 우크라이나 전선에 왔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찾은 남편은 생명을 구해준 러시아 여인과 결혼해 자식까지 낳고 살고 있었다. 결국 지오반나는 혼자서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영화 ‘해바라기’의 주제가는 가슴을 후벼판다. 광활한 해바라기밭에서 망연자실해 서 있는 소피아 로렌의 모습은 더욱 애절하다. 가히 평생 잊지 못할 명장면이라 할만 하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이다.

예술가 중에 특히 해바라기는 좋아했던 사람은 빈센트 반 고흐였다. 고흐는 1888년 프랑스 남부 지방인 아를에서 여러 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렸는데, 그가 해바라기 그림을 그린 것은 친구인 폴 고갱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해바라기는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해바라기’라는 이름은 중국 이름인 향일규(向日葵)를 번역한 것이다. 葵자는 원래 ‘아욱 규’자지만 ‘해바라기 규’자로 통한다. 바야흐로 해바라기의 계절이다. 푸른 창공에 노란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유년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곰보딱지 아저씨/ 외딴 집에/ 해바라기 형 아우/ 돌고 있어요// 큰 해바라기 빙빙/ 해 보고 돌고/ 꼬마 해바라기 빙빙/ 구름 보고 돌고

‘해바라기 형제’ 전문(박목월)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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