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관광은 환경보전 학습기회 제공
산업과 생태가 공존하는 도시 울산에
철새여행버스가 나비효과 가져다주길

▲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얼마 전에 울산시청 햇빛광장에서 철새여행버스의 기증식을 가졌다. 이 버스는 국내 비철금속 업체인 울산의 고려아연이 기증했는데 산업체와 생태관광의 협치라고 할 수 있다. 고려아연의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기증된 철새여행버스가 동해안 최초 국제 철새이동경로로 등재된 울산에 운행된다고 하니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버스를 타고 울산의 하천과 습지를 돌며 철새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는데 버스 내부에는 철새 탐조 카메라를 비롯해 망원경·노트북·영상장비 등을 갖추고 있고 버스 실내 천장과 창 가리개에는 철새 그림을 넣어 생태효과를 높였다.

이 버스는 중형 승합 전기버스로 만들어졌다. 23인승 좌석을 16인승으로 개조하고 차량 외부는 울산의 대표적인 철새인 까마귀와 백로 캐릭터 등으로 꾸몄다. 울산시는 태화강국가정원을 비롯해 동천·남창천 등 철새가 많이 오는 곳을 대상으로 철새여행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여름(8~9월)에는 사연댐·대곡댐, 겨울(12월~2월)에는 회야댐 등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습지보호지역 등 평소 출입이 제한된 지역을 둘러보는 ‘울산DMZ(비무장지대) 생태탐방’ 등에도 철새여행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또한 철새여행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탐조 인원은 1회에 12명이고, 탐조 과정에 자연환경해설사 2명이 동행하면서 철새에 관해 설명한다고 했다. 다소 버스의 규모가 작은 것이 흠이다.

울산의 겨울철에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들이 찾아와 노을진 삼호 대숲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군무를 펼치고 있다. 그 장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겨울철에 까마귀가 있다면 여름철에는 정반대의 색을 가진 백로가 찾아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태화강에는 쇠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황로, 흰 날개 해오라기 등 7종에 8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어 전국 최대의 백로 서식지로 꼽히고 있다. 까마귀와 백로뿐만 아니라 태화강에 서식하는 조류는 철새와 텃새 등 총 127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와 같이 철새들이 태화강을 찾는 이유는 먹거리와 휴식 그리고 잠자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울산의 생태환경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철새와 텃새가 태화강을 떠나는 날 태화강은 또 다시 죽음의 강이 된다. 일반적 생태의 파괴는 자각 없이 진행되다가 임계점에 이르면 급속도로 파괴되며, 복원하려면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회복하는 데 매우 긴 시간이 걸리고 훼손되기 이전의 상태로 완전하게 복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태화강 생태의 보존과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생태관광이란 자연 보전을 위한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며, 관광객에게 환경보전의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관광으로 인한 수익은 지역의 생태계 보전이나 지역주민에게 되돌아가는 관광의 한 형태로서 풍물을 단순히 보고 즐기던 과거의 관광에서 벗어나 날로 오염되는 지구환경의 심각성을 깨닫고 생태계 보호를 체험하는 관광을 말한다. 생태관광의 원칙은 ① 환경보전에 공헌하고 ② 지역경제에 문화적·경제적으로 공헌해야 하며 ③ 방문객들에게 학습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생태관광도 생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철새여행버스는 울산의 생태관광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적으로 산업과 생태가 공존하는 유일한 도시. 그 자체가 스토리텔링이고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막 터미널에서 철새여행버스가 울산 생태관광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 시동이 추진력을 발휘하려면 당국은 철새여행버스가 유명무실 되지 않도록 운영과 활용방안은 물론 점진적으로 확산이 되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울산시가 울산시교육청과 협의해 초등학교·유치원 등에 철새여행버스를 활용한 ‘찾아가는 울산철새교실’을 운영할 것도 검토 중인데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철새여행버스의 1대가 얼마만큼의 나비효과를 가져다 줄지는 모르지만 점차 활성화되어 울산이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의 모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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