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친목·울산발전 도모하는 향우회
회원 한명 한명이 울산의 홍보대사로
지방분권시대 거점도시 성장 기대해

▲ 박기준 변호사·전 부산지검 검사장

수구초심은 여우가 죽을 때 살던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것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태어나고 자란 장소에 그리움을 갖는 것은 생명체의 본능이다. 목가적 풍광의 고향이라면 애틋함이 더할 듯하다. 필자는 본적이 울산의 구도심인 중구 북정동이지만 공업화되던 60, 70년대의 소년 시절을 미개발의 시골 모습이던 염포와 정자에서 자랐다. 두 곳 초등학교를 다녔고 남구 옥동의 중학교를 거쳐 대구와 서울로 유학하였다. 살던 곳이 바닷가라 수영을 따로 배우지 않고도 자연스레 익혔다. 뛰놀던 산과 들, 흐르는 강과 푸른 바다, 포장되지 않은 신작로, 널따란 학교 운동장, 뭉게 구름과 저녁 노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찡하다. 고향 떠난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 속에 담긴 집단무의식과 같은 정서를 공유하기 위해 모인다.

지난 7월22일 저녁 서울 롯데호텔에서 재경 울산향우회가 열렸다. 500여명이 모였다. 울산시장과 시의회의장을 비롯한 자치단체장, 지역 국회의원들, 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인, 지역 언론사 대표 등이 참석하였다. 울산과 부산에 거주하는 향우들도 올라와 성황을 이루었다. 매년초 하던 신년교례회가 코로나로 2년여 열리지 못하다가 최근 방역 완화로 개최된 것이다. 이날 원로 고문과 전(前) 집행부 및 전체 향우들의 뜻에 따라 회장이 된 필자로서는 부회장을 맡고 있었지만 능력의 부족함에 어깨가 무겁다.

역대 향우회장은 모두 울산과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한 경륜과 인품이 훌륭한 분들이다. 전임 최병국 회장(전 검사장, 전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초대 고태진(전 은행장), 박현규(한국해사문제 연구소 이사장), 이종수(전 병원장), 정치근(전 법무장관), 김이현(전 전문건설협회장), 안우만(전 법무장관), 박준곤(전 삼성그룹 임원), 안종택(전 검사장) 등이다(존칭 생략). 전임 회장들이 만들어 놓은 ‘선후배간의 존경과 사랑으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우애’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야 할 책임이 신임 회장에게 주어졌다.

향우회는 고향을 떠나 재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향우들의 친목과 상부상조로 고향 울산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울산 출신으로 서울 및 경인지역 거주자와 그 가족들이 회원이다. 파악된 인원은 약 1만명 정도이나 실제 더 많을 것이다. 회원 자격자들에게는 문호가 항상 개방되어 있다. 신년교례회, 가을 산행과 고향 방문 행사, 공부 모임인 태화포럼, ‘태화강’ 회지 발간 등을 한다. 별도로 등산 골프 등 동호회, 울산 출신 공무원이 회원인 울목회 등 직능별 모임, 울산 소재 초중고의 재경 동창회, 소 지역별 향우회 지회 등도 활발하다. 향우회에서는 울산 출신으로 국가 사회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을 찾아 신년교례회때 ‘자랑스런 울산인상’을 수여한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동천학사(울산 출신 대학생 기숙사) 건립자 정해영 전 국회의원, 무궁화 박사 심경구 전 교수, 가수 윤수일 등. 경제 사회 문화 학문 예술 등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한 울산 출신의 인물을 발굴하여 포상하는 일은 울산인이 국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향우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울산은 공업도시로 출발하여 산업수도로 자리매김하면서 동남권의 거점도시로 성장하였다. 지방분권 시대에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재경 향우 한사람 한사람이 울산시의 홍보대사로서 울산시의 변화된 모습과 역점사업들을 이해하고 홍보한다면 울산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울산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도시로 우뚝 서는 것은 재경 향우들의 바람이다. 조직이나 단체의 성공이 구성원의 만족감에 달린 것처럼 향우회의 활성화가 향우들의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고향에 대한 추억의 정담은 다툼을 화합으로 바꾼다. 내년초 같은 장소에서 신년교례회가 열린다. 참석하고 싶고 기다려지는 향우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 회장의 역할이다.

박기준 변호사·전 부산지검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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