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식히는 도구는 계속 개발돼도
자연순리를 완전히 벗어날 순 없어
적절한 환기·에너지절약 생활화를

▲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최근 연일 찜통더위로 전 국토는 가마솥처럼 끓고 있다. 여름이면 왜 더울까. 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겠지만, 졸업 후에 그런 것을 굳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여름이 되면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사실은 정답을 맞히는데 꽤 혼동을 준다. 여름이 더운 이유는 북반구든 남반구든 그들의 여름에 뜨는 태양이 사람들의 머리를 높게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북반구가 여름이면 남반구는 겨울이기 때문에, 태양과의 거리는 더위와 무관하리라는 것은 능히 추측할 수 있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상일보의 이달 5일자 기사에 따르면 울산지역 지자체는 더위에 대응하여 각종 시책으로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울주군은 ‘야외무더위쉼터’와 ‘생수 냉장고’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고, 중구는 폭염을 대비해 ‘드론을 활용한 열지도’를 제작하여 더위에 맞서고 있으며, 시는 관내 주요 공원 및 관광지에 ‘양심양산 대여소’와 ‘온열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전국으로 눈을 돌려 보면 휴가철을 맞아 피서 인파가 동해안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내 83개 해수욕장 방문객은 56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원한 곳으로 피서를 떠나는 방법 외에 평소에 더위를 식히는 도구로 대표적인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는 이런 도구로는 부채, 선풍기, 에어컨이 있다.

부채는 가장 원시적이며 가장 오래된 도구로서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기원전 2000년 무렵의 부조에도 부채 그림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사기에 견훤이 왕건에게 부채선물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왕 옆의 시종들이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과 조선 시대 양반들의 부채를 펼치는 모습은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부채에 동력을 부가한 ‘선풍기’이다. 에디슨 발명설도 있으나 적어도 최초의 동력식 선풍기는 1832년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사블루코프 라는 군인 겸 발명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처음엔 광산의 공기 순환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10년대에 도입되었는데, 1960년대까지는 선풍기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전기절약을 위해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라는 괴담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에어컨은 미국의 캐리어 박사가 1902년 최초 개발한 발명품인데, 에어컨 상표의 바로 그 이름이다. ‘온도와 습도의 조절’ ‘공기의 순환 및 정화’ 기능을 모두 갖추어서 에어컨의 시초로 인정받고 있다. 처음에는 기계를 위한 냉각장치였다고 한다. 에어컨의 존재는 더운 지방의 대도시 건설, 사망률 저하 등 인류의 문화와 건강에 엄청난 기여를 하였다. 최근 캐리어에어컨이 에어컨 발명 120주년을 맞아 내부를 1920년대 뉴욕의 극장 콘셉트로 꾸민 팝업스토어를 서울에서 오픈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과거 그 회사 에어컨이 설치된 극장이 뉴욕의 여름 바캉스 명소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에어컨은 대류냉방 방식인데, 최근에는 복사냉방 방식의 냉방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밀폐 공간에서의 공기의 흐름이 없어서 바이러스 전파를 감소시키는 등의 장점이 있다.

더위 식히는 도구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지만, 완전한 것은 없어서 모든 기계, 기구는 장단점이 있다. 에어컨은 앞서 언급한 코로나 전파 외에도 냉방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 문제이다. 더운 여름철에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 공간에서 냉방이 지속될 경우 가벼운 감기, 몸살, 권태감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냉방병이라고 하는데(서울대병원 의학정보), 질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증후군이다. 이로 인해 꽤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

태양 아래 살고 있는 이상 자연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적절히 환기하고 적정온도 사용으로 에너지를 아껴 후손에게 남겨줘야 한다. 에너지 절약 행동으로 에너지 취약층에 ‘에너지 기부’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에어컨 밑에 있다 보면 정자나무 밑 자연 바람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연인이나 엄마의 손부채가 더 시원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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