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5~26일 이틀 동안 연찬회를 열고 당내 갈등에 대해 사과하고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을 했으나 곧바로 다시 혼란에 빠졌다. 법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26일 일부 인용한 결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당 의사결정에 대한 과대한 침해’라며 반발하던 국민의힘은 일단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하고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법원은 당대표를 자동해임하는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결정문의 취지는 최고위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총은 이미 앞선 당의 결정으로 최고위가 해체됐기 때문에 최고위 체제로의 복귀는 불가능하고, 대신 비대위 현 체제는 유효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권성동 원내대표가 조만간 의총을 소집해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새 비대위’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책임론이 일고 있는 권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원내대표가 지금 사퇴하게 되면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추진할 사람이 없게 된다”는 현실론에 따라 이번 사태를 수습한 뒤 의총을 재소집해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는 당원들이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추가 징계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의총결의문에 포함했다.

여전히 환골탈태와는 거리가 먼 땜질식 처방이다. 국정과 국민만을 생각하는 진정한 여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라면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정해놓은 목적지를 바꿀 의사가 전혀 없이 운전수나 교통수단만 바꾸는 것으로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당 내부에서도 “이번 의총 결정은 국민과 당원을 졸로 보는 것”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정치를 살리는 길이고, 민주주의와 당과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투로 들을 말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윤핵관, 이준석 전 대표 문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다. 그 해법은 이해관계로 얽힌 의총의 결정이 아니라 오로지 원칙을 따르는 것이고, 그 전제는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여당의 내부혼란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을 더 어렵게 만든다. 윤석열 정부는 곧 여소야대의 국회, 낮은 국정지지도 속에 첫 정기국회를 맞는다. 여당까지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그나마 2주째 상승국면인 대통령 지지율은 또 얼마나 더 추락할 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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