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동 박사·UNIST 원자력공학과 연구원

기후 변화 원인인 CO2 저감은 인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따라서 세계 CO2의 절반을 배출하는 전기 생산에서 탈탄소가 시급하며, 선박 등 수송 분야도 청정 연료로 바꿔야 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 태양광·풍력 등 더해 원자력도 녹색 에너지로 분류했으며 우리도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할 전망이다.

UNIST도 탄소중립을 위한 초소형 차세대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주요 기기가 원자로용기에 내장돼 일체화된 SMR이며 핵연료 교체가 필요 없어 고준위 사용후핵연료 발생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또 중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전하게 원자로를 냉각하고 방사능물질을 원자로용기와 격납용기 내로 잡아두게 설계돼 주변 환경 피해나 주민 비상 대피도 필요 없는 납냉각고속 소형원자로다.

원자력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안전성과 경제성, 핵폐기물 처분, 핵안보성 등이다. 원자로는 전력망 안정을 위한 기저부하를 담당할 대형 원자로와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소형모듈형 원자로가 있다. 작은 원자로는 제작·건설·운영 등에서 유리하고 중대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쉬우며, 모듈화는 원자로 모듈 여러 개만 묶으면 큰 출력을 내기 쉽다. SMR 중에서 기존 경수로 기술을 활용해 소형화·모듈화를 성공시킨 것이 NuScale 원자로인데, 냉각순환 펌프를 없애고 증기발생기와 가압기를 원자로압력용기 안에 넣어 소형·모듈화에 성공했으나,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낮은 핵연료 효율, 낮은 경제성 등 여러 문제가 예상된다.

기체, 액체 금속 등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차세대 SMR이 개발 중이다. 미국 의회는 이를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2019년 원자력 혁신 및 현대화법을 공포했고 주요 성능으로 경제성과 안전성 및 활용성, 적은 폐기물 발생, 높은 핵안보성 등을 제시했다.

기체 냉각 원자로는 세라믹 핵연료와 헬륨 냉각재를 이용하는 고온 원자로인데 열효율과 안전성에서 장점이 있으나 높은 발전 단가 등의 단점이 있다. 액체 금속 원자로는 세 가지가 있는데 액체 소듐 원자로, 용융염 원자로, 액체 납 또는 납-비스무스 합금을 이용하는 납냉각 원자로가 있다.

이 중에서 액체 소듐 원자로는 많은 연구를 했으나 폭발 위험성과 기타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러시아 등에서는 개발이 중단됐다.

액체 용융염을 연원 겸 냉각재로 사용하는 용용염 원자로(MSR)는 열효율은 높으나, 액체상태인 핵물질을 빼내기 쉬워 핵안보성 문제가 있다. 액체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핵임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핵연료가 물에 쉽게 용해돼 선박에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액체 납을 냉각재로 이용하는 원자로는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 등에서 개발 중인데 높은 핵연료 효율과 열효율 및 핵안보성, 사용후핵연료 처분 용이성 등 여러 장점이 있다. 반면 납의 무게로 인한 지진 충격에 따른 구조 건전성 문제와 납 냉각 고화 문제, 납 환경에서 금속 부식을 해결해야 한다.

지진은 튼튼한 구조 설계를 갖게 하거나 면진 장치를 이용한 내진설계로 해결한다. 금속 부식 문제는 부식 저항성이 탁월한 합금 개발로 해결했고 납을 고온 액체로 유지하는 운용상의 문제도 인덕션 가열장치 설치로 해결했다. 이미 러시아는 내륙에 납 냉각 실증용 원자로를 건설 중이며 중국도 납 냉각 연구로를 건설해 가동 중이다.

납 냉각 원자로는 소형화·모듈화가 쉽고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한번 핵연료를 장전하면 원자로 안에서 핵연료가 자체 생산되며 연소하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발생이 최소화된다. 또 원자로용기를 밀봉 용접하므로 원자로를 분해하지 않는 한 핵연료를 추출할 수가 없어 높은 핵안보성을 가진다. 따라서 납냉각로는 안전성이나 경제성, 핵 안보성 측면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해양용 원자로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납 냉각 원자로(LFR)는 탄소중립 선박의 훌륭한 추진 대안이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LFR을 활용한 수소생산, 원자력 선박 등의 산업은 미래 에너지 확보와 수출을 통한 국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세계 탄소중립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정해동 박사·UNIST 원자력공학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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