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1호 공약 ‘그린벨트 해제’
미래지향적 비전으로 실현계획 구체화
시민들이 공감할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어느 정부든지 1호 공약은 그 정부의 상징이다. 새 정부의 임기 내에 시행하고자 하는 정책 중 가장 상징성이 크고 또 중점적으로 추진될 정책을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민선8기 울산시장의 1호 공약은 그린벨트 해제다. 울산의 그린벨트는 도시의 중간 부분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도시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린벨트 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 자체가 정책이나 공약이 될 수는 없다. 그린벨트 해제는 수단이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산업단지와 신도시를 건설하고 이를 통해 산업수도 울산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내용은 있다. 하지만 이를 공약이나 정책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모호하며 구체성이 부족하다. 이를 제1 정책과제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그린벨트 해제로 생기는 부지를 활용해 조성할 산업단지의 방향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는 3D 프린팅 또는 수소를 포함한 에너지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제시하고 이를 위한 산업단지 건설을 추진하는 등 유치할 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린벨트 해제만 요구할 뿐, 어떤 콘셉트의 산업단지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미래형 산업단지를 조성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 산업의 확장을 시도할 것인가. 산업단지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 더 나아가 산업단지만 만들어 놓으면 기업들이 자동적으로 입주하는 것이 아닌 만큼 기업유치 또는 신규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복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한 그린벨트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도, 현재 울산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주거수준이 높은 신도시가 건설되면 기존 주거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주가 이뤄질 것이고, 기존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구가 감소해 공동화(空洞化)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울산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 간 일종의 제로섬(zero sum)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도 그린벨트 해제와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관련 토지 등 부동산 가격의 대폭적인 변동을 가져온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의 발생은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에서는 울산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이익배분의 공정성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른바 토호(土豪)를 비롯한 특정 개인이나 계층, 지역 등에 이익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미리 강구돼야 한다.

이와 같이 그린벨트 해제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그린벨트 해제 이후의 콘텐츠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린벨트 해제, 산업단지와 신도시 건설’은 전형적인 개발연대의 구호다. 이 시대에 걸맞은 공약으로 보기 어렵다. 세부적인 정책을 보완해 미래지향적인 비전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울산시는 그린벨트 해제 주장에 머물지 말고, 이를 통해 등장할 도시의 새로운 모습과 시민들이 얻게 될 삶의 질의 향상 정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1호 공약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고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가 그동안 도시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한편으로는 그린벨트라는 개발제한 구역이 있어서 우리 세대에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만일 그린벨트가 해제된 지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산업단지와 아파트촌이나 만들고 만다면 후세대가 사용할 소중한 자원을 훼손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해제하지 말고 이후 세대에게 활용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1호 공약답게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정책으로 발전시켜 줄 것을 기대한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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