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며
생산요소·성장의 선순환시스템 구축해
창의적 혁신체계로 재도약 토대 마련을

▲ 배용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경제는 2010년대 초까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했다. 2010년대 초반 주식시장도 자동차, 화학, 정유, 이른바 ‘차·화·정’의 시대였다. 2011년에는 현대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8.9%로 최고점을 기록한 바가 있으며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석유화학이 크게 성장했다. 더불어 110달러를 넘는 높은 유가를 바탕으로 정유도 선전하는 등 울산의 주력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1년, 울산지역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7.9%를 기록한 이후 울산경제는 지속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며 10년간 연평균 0.1% 성장에 그쳐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동기간 중 전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2.5%를 보여 전국과의 성장률 격차가 확대됐다.

최근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울산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추정했다.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이란 한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또는 지역)의 경제성장이 얼마나 가능하냐를 가늠하는 성장 잠재력 지표로 활용된다. 울산지역의 경우 2000년대 초반 6%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2010년 후반 1%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인구증가율 둔화 등으로 우리나라 전체로도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울산지역은 전국수준보다 하락폭이 2배 정도 크게 나타났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요인별로 살펴보면 노동, 자본 그리고 혁신·효율성 등으로 해석이 가능한 총요소생산성이 모두 부진했다. 다들 알다시피 최근 10년간 주력 제조업 부진에 따른 고용위축으로 인구유출이 진행됐다. 투자 측면에서도 생산실적이 보유설비에 못미치면서 설비조정 압력이 증대된 가운데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확대하면서 지역내 자본축적이 둔화됐다. 아울러 R&D 등 혁신역량이 타지역보다 낮고 노동 및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도 심화되어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하락했다.

그렇다면 이 현상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울산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된 구조적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주력산업 제품의 글로벌 수요구조 변화가 진행중이다. 이미 성숙단계에 진입한 자동차·선박·석유화학 분야에서 양적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 친환경 등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둘째, 울산은 산업집중도와 수출의존도가 높아 대외충격에 취약하다. 높은 산업집중도는 과거 중화학공업 고도성장의 결과로 그 자체가 성장제약요인은 아니나 글로벌 수요 둔화시 회복력(resilience)을 약화시킨다. 한편 지역내 서비스업도 제조업 업황에 크게 의존하게 되면서 경기변동성을 증폭시킨다.

셋째, 대기업 생산시설이 위치하여 울산지역은 높은 소득과 고용안정성을 보여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규 투자창출력이 저하되고 중소기업의 역동적 성장이 부진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울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국과 달리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으며 신생기업의 5년내 생존율은 28.3%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넷째, 지식산업서비스의 경쟁력이 낮다. 울산지역은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낮아 의료·유통 등 소비의 타지역 유출이 큰 가운데, 특히 IT서비스, 연구개발, 법률 등 성장성이 높은 지식산업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한 것이 성장 저해요인이다.

그렇다면 울산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울산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성장, 글로벌 분업 약화 등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가운데 지역내 생산요소와 성장이 선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생산요소 투입 측면에서 지역대학 특화부문과 일치하는 기업유치, 퇴직인력 및 여성 고용 지원정책 강화, 그린벨트 등 규제개선을 통한 민간투자 확대 등을 도모해야 한다. 자원배분 효율성 측면에서는 수요자 중심 일자리 중개, 기업지원의 구조조정, 경제권역 확대로 투자효율성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지식집약서비스산업 육성, 대·중소기업, 연구기관, 학계 간 기술협력 네트워크 강화, 미래 교통시스템 및 디지털 통신인프라 개선을 통한 스마트시티로 진화 등으로 지역경제의 창의력을 배가하는 혁신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울산지역은 지난 10년간 성장이 정체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1인당 지역총소득은 전국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 잘 다져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지냈으나 이제는 변화의 흐름에 맞춰 다시 재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판 러스트벨트(Rust belt)가 아니라 체질개선의 성공한 모범사례로 평가받기를 바라며 울산을 필두로 새로운 ‘차·화·정’이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배용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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