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일찍 핀 아카시아꽃 향기 속에 부처님 오신날을 맞는다. 전국 사찰들에는 물론 거리 곳곳에 매달린 색색의 아름다운 연등을 보며 불자 아닌 사람들도 석가모니의 탄생을 축복하게 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가치관의 혼란으로 사회 각계가 치열하게 밥그릇 싸움으로 영일이 없다. 이렇게 극도의 집단 이기주의를 드러내고 있는 요즈음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지금 갈등과 혼란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들이 자기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지나친 욕심을 부린 데 있는 것 아닐까. 힘있는 사람일수록 욕심을 줄이고 작은 것에 만족해야 화합과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석가탄생설화는 싯다르타가 2천625년전 마야부인의 옆구리를 열고 나와 일곱 걸음을 걷고 한 손으로 하늘, 또 한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온누리에 나홀로 존귀하다(天相天下唯我獨存)"고 외쳤다고 전한다. 석가는 브라만 우위의 신분체계 속에서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존엄한 존재라며 "독존"을 외쳤다. 모든 존재가 불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깨닫기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게 석가의 가르침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는 것이며 "참 나"를 되찾는 것이다. 탐욕과 질시와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에 빠져 끝없이 욕심내고 남을 원망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우리는 지금 무명(無明) 속을 헤매고 있지 않은가. 부처가 가르친 바대로 이 세상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 허망한 것에 그토록 집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 마음 속에 등 하나씩을 밝히도록 하자. 내가족, 내자식, 내 한몸의 이기적 발복을 위해 등을 밝힐 것이 아니라 현우경에 나오는 가난한 여성 난타의 등과 같은 "빈자의 등"을 밝힐 일이다. 난타가 그랬던 것처럼 "중생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달라"는 겸허하고 순수한 기원을 담은 등이라면 거센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오래도록 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은 자신의 본모습을 돌아보는 날이며 사월 초파일 켜는 등은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라고 한 노스님의 말씀에 귀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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