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생설화는 싯다르타가 2천625년전 마야부인의 옆구리를 열고 나와 일곱 걸음을 걷고 한 손으로 하늘, 또 한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온누리에 나홀로 존귀하다(天相天下唯我獨存)"고 외쳤다고 전한다. 석가는 브라만 우위의 신분체계 속에서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존엄한 존재라며 "독존"을 외쳤다. 모든 존재가 불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깨닫기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게 석가의 가르침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는 것이며 "참 나"를 되찾는 것이다. 탐욕과 질시와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에 빠져 끝없이 욕심내고 남을 원망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우리는 지금 무명(無明) 속을 헤매고 있지 않은가. 부처가 가르친 바대로 이 세상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 허망한 것에 그토록 집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 마음 속에 등 하나씩을 밝히도록 하자. 내가족, 내자식, 내 한몸의 이기적 발복을 위해 등을 밝힐 것이 아니라 현우경에 나오는 가난한 여성 난타의 등과 같은 "빈자의 등"을 밝힐 일이다. 난타가 그랬던 것처럼 "중생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달라"는 겸허하고 순수한 기원을 담은 등이라면 거센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오래도록 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은 자신의 본모습을 돌아보는 날이며 사월 초파일 켜는 등은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라고 한 노스님의 말씀에 귀기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