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현대미술이 글로벌브랜드 되려면
국제적 생산·유통·소비 예술생태계 필요
시립미술관, 세계적 컬렉션미술관 됐으면

▲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

“공공미술관이 예술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전문가 집단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공공기관이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행위는 무한한 책임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미술관이 가질 수 있는 커다란 권위이자 권력이기 때문이다. 어떤 미술관이 하나의 작품을 소장하는 순간, 그 작품은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공적 예산으로 영구 관리, 보전된다. 미술관 소장품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가치 있는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아는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정석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미술관 소장품들은 이러한 권위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한 예술가가 미국의 구겐하임이나 영국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면 그 경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뿐 아니라 소장이 결정되는 순간 그 예술가는 유명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립미술관의 소장이력은 작가들에게 그다지 국제적인 경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

왜 그럴까? 예술작품 컬렉션은 일반적으로 네 가지 가치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예술성, 둘째는 사회성, 셋째는 경제성, 넷째는 정치성의 관점이다. 예술적 가치는 작품의 미학적 성취도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사회적 가치는 시대사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훈민정음 해례본이나 금속활자 서적인 직지심체요절 같이 미학성을 논하기 전에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말한다. 경제성은 당연이 작품의 자본적 이익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럼 정치적 가치는 무엇일가? 이는 공공기관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예술계를 위한 보편적 지원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해외, 국내, 지역작가 간의 소장 작품 비율이나. 심지어 작가의 출신학교 비율까지도 균등하게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가치의 관점 중에 미술관 소장품의 가장 기본적 선행가치는 당연이 예술성이어야 한다. 사회성, 경제성, 정치성은 부가적 가치인 것이다. 이 기본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제적 명성이 있는 소장품 미술관은 만들어지기가 힘들다.

미국의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미술관은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가인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소장하고 있다. 20세기 초,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경제가 어려울 때에 미국의 한 기업가가 아주 저렴한 가격에 이 대작을 구입해 시카고로 가져왔다. 현재, 이 작품은 천문학적 가격으로 평가되고 있고 시카고 미술관은 관람객의 티켓팅 외에도 이 작품을 활용해 티셔츠, 스카프, 노트 등등의 아트상품을 만들어 엄청난 문화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한 때 프랑스 국민들은 이 프랑스의 대표적 문화유산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노력했었지만 천문학적 가격 때문에 포기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제대로 된 예술 소장품은 국가적 자산을 넘어 세계적 자산이 된다. 미술관의 소장품이 얼마나 문화, 경제적으로 파급력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예일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문화계에는 이건희 컬렉션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에 한하지만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예술성에 충실한 소장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미학적 성취도가 있는 작품에 경제성은 당연히 부가되어진다.

한 지역, 한 국가의 현대미술이 세계적으로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타작가와 스타기획자, 스타미술관도 있어야하지만 글로벌 스타컬렉션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국제적인 생산, 유통, 소비의 다면적 예술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소장품 미술관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전문가로 구성된 소장 작품 연구, 제안 위원회도 운영 중이며 우리나라 최초로 미술관 소장품 기금제도도 실행하고 있다. 필자는 가까운 미래,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세계적인 예술작품들을 소유한 글로벌 스타미술관으로 울산시립미술관이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아시아 최고의 컬렉션 미술관을 지향한다!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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