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보조 인력난 해법으로서
치과용 석션로봇 연구한다는데
환자와 상호교감 치료 가능할까

▲ 패러다임이 존재하는 진료환경을 기대한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얼마전 치과신문에서 서울시치과의사회와 로봇앤드디자인이 치과용 석션 로봇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한다는 기사를 발표했다. 이러한 일은 치과계의 고질적인 보조인력 구인난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그 여파로 적정한 수준의 보조인력을 원활히 구할 수 없는 치과계에서 결국은 인력난을 로봇으로 해결하는 모양이다.

간호로봇의 도입은 의료계 전반에서 활발히 토론되고 도입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인공 지능의 개발과 고령화 사회로 인한 노인 인구의증가로 이들을 돌봐 줄 인력이 필요함에 따라 속속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경주시가 공동으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노인전문 간호보조 로봇 키로-엠 파이브를 이용해 병원 용품 운반 및 실내공기 살균과 탈취 등 노인 환자들의 제반 사항 등을 알려주고 반복적인 간호업무를 도와주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의료계의 활발한 간호보조용 로봇의 활용을 치과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구인구직난 해소와 맞물려 있다.

하지만 기사에서 말한 치과용 석션로봇의 일은 단순한 기계적인 일로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치과 진료는 치과의사와 치과 위생사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단순히 치료중에 환자의 입안에 고인 침이나 물, 이물질 등을 빨아내 제거하는(suction이라고 함)일이 전부가 아니다. 치의사가 진료 중에 환자의 상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해 알려줌과 동시에 환자 개개인의 심리적인 상태에 맞춰 적절히 대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환자와의 인간적인 충분한 교감을 가지고 진료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단순 로봇의 기계적인 일로 대체하기에는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본다.

로봇이 단순하고 지시적인 명령을 따르며 사람의 통제에 따라 작동하는 범주에 머물지 않고 자율성을 지니고 사람의 지휘 없이 스스로 판단해 작동하는 인공 지능형 로봇으로 나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이 자율적인 판단 하에 수행한 일이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줬을 경우 책임 소재를 어떻게 따질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치위생사와 환자와의 이러한 인간적인 상호 작용을 로봇은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환자가 스스로 아픈 부위를 말하고 도움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치위생사의 전문적 경험으로 환자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와의 교감을 통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돕는 진료의 한 부분을 과연 로봇이 제대로 수행할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기사의 내용 중에는 진료실에서 필요한 기구등을 운반해 주는 서빙 로봇의 활용이라든지 대기실 직원대신 키오스크를 두고 접수와 수납을 하는 예도 소개하고 있다. 식당이나 까페등에서 주문 및 결제를 담당하는 키오스크의 활용이 점점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 병원에서의 대기실 접수와 수납업무도 이러한 기계의 활용으로 대체해 나가는 경향을 보이려 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결국 개원가에서 구인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향이지만 이런 식의 해결로 나갈 경우 극단적으로는 치과의사 한 명만이 병원을 운영하고 모든 보조 진료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치과의사의 진료 행위도 로봇으로 대체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의료 행위는 단순히 물리적인 질병의 치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와의 충분한, 그리고 인간적인 교감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심리적, 내적 치유를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로봇과 키오스크와 같은 기계로 이루어진 삭막한 진료 환경보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소통하는 인간 중심의 패러다임이 존재하는 진료환경을 기대한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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