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둥 두둥두둥’북소리와 내 마음의 소리가 뒤섞였다.
평소에 꾹꾹 눌러놓았던 속마음이 화산처럼 터져버렸다.
마음을 뒤덮던 먹구름이 걷히고 환한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 표제·일러스트 = 우형순
▲ 표제·일러스트 = 우형순

“쿵쿵!”

거친 북소리가 귀에 또렷이 달려들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했다. 맙소사. 아침 일곱 시였다. 내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제발 북 좀 그만 쳐요.”

랩을 좋아하는 내가 북소리를 듣는 건 힘든 일이다. 코코아를 좋아하는 내가 쌍화차를 마셔야 한다는 느낌이랄까.

“너도 한 번 쳐봐. 꽉 막힌 속이 뻥 뚫려.”

할아버지는 북을 힘껏 두드리며 몸을 흔들거렸다. 나는 뭉그적대다가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나는 랩으로 투덜거리며 집을 나섰다.

“내가 가는 길은 꼬불꼬불해♪, 내 마음도 울퉁불퉁해♬.”

학교가 보이는 순간 배가 아팠다. 배를 웅크리고 교실 문을 열었다. 오늘도 진철이가 내 앞에 튀어나왔다. 진철이는 내가 오는 걸 동네방네 떠벌렸다.

“동네북 납시오.”

동네북, 이름보다 더 이름 같은 별명이다. 내 별명은 알아도 이름은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도망가는데 십 초 준다.”

진철이가 으름장을 놓았다. 두려움과 함께 내 마음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왔다. 진철이가 날 잡으면 내 등을 동네북처럼 두드릴 테니까.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때 우리 반 반장 초연이가 소리쳤다.

“선생님 오신다. 자리로 돌아가.”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와서 허공을 보며 말했다.

“한 달 뒤에 GBS 방송국에서 ‘어린이들아, 들려줘! 보여줘!’를 촬영한다니까, 장기를 자랑하고 싶은 친구들은 알려줘.”

쉬는 시간, 진철이가 나에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야, 동네북이 북 치는 모습, 볼만하겠다. 나가봐.”

“나는 북을 못 쳐.”

“아, 그래. 알았어. 그럼.”

다음 날,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기준이 너 장기 자랑으로 북을 칠 거라며? 일주일 뒤에 예선 있으니까 북 꼭 가져와.”

“네? 전 장기 자랑 나간다고 한 적 없는데요?”

“이거 네가 제출한 거 아냐?”

나는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누군가가 컴퓨터로 내 이름과 장기 자랑 종목을 적어 선생님에게 제출한 게 틀림없었다.

“저, 선생님. 이거 제가 쓴 게 아니고요, 아마도 진철이가….”

그때, 진철이가 나에게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기준이 너 북 잘 치냐? 파이팅이다.”

선생님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우리 반 대표로 너랑 진철이가 나가니까 연습 좀 잘하고.”

그렇게 나는 장기 자랑 반대표가 됐다. 억울했다. 집은 텅 비었다.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돈을 벌겠다며 떠났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뿐이다. 상가 건물을 청소하는 할아버지는 밤에 집에 온다. 발밑에 할아버지 북이 보였다. 나는 손으로 북을 세게 내리쳤다. 손만 아팠다. 북채를 움켜잡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북을 쳤다. 두 팔을 번갈아 가며 빠르게 내리쳤다. 박자가 맞지 않아도 마구 북을 두드렸다. 속이 시원했다.

‘두두 둥둥 두둥둥….’

그렇게 밤새 북을 쳤다.

일주일 후, 북을 들고 교실로 갔다. 선생님이 다가왔다.

“지금 예선한다니까 진철이랑 기준이, 복도 끝 대기실에 가 있어라.”

진철이와 나는 대기실로 갔다.

“기준이 들어와라.”

나는 북을 들고 들어갔다.

“준비한 것 좀 보여줄래?”

나는 북채만 만지작거렸다. 그때였다. 진철이 웃음소리가 들렸다. 진철이가 문틈으로 나를 보며 비웃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마음에 깔린 먹구름이 빗방울을 뿌려댔다. 나는 북채를 움켜쥐고 북을 마구 내리쳤다. 그리고 평소처럼 좋아하던 랩을 내뱉었다.

“북 치는 날 말리지 마. 랩하는 날 말리지 마. 이런 멋진 내게 말리지 마. 내 매력에 말리면 못 빠져나와♬.”

심사위원이 손으로 턱을 문지르더니 말했다.

“신선한데? 북 치면서 랩을? 통과. 담에는 북 치는 거 연습 더 해와.”

나는 놀라 북을 떨어뜨릴 뻔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내 주위를 둘러쌌다. 초연이가 크게 말했다.

“너 예선 합격이라며 대박.”

나는 우물쭈물하며 북만 만지작거렸다. 그때였다. 진철이가 씩씩대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맥반석 달걀 백 개를 한꺼번에 먹은 듯 속이 답답해졌다.

진철이는 북을 치는 것처럼 내 등을 자꾸 후려쳤다.

“북 한 번, 동네북 한 번. 둥둥두루루. 북치기 박치기. 인디언 밥.”

진철이는 매직펜으로 북의 한쪽 면에다가 ‘나는 동네북’이라고 적었다.

“너 장기 자랑할 때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이거 꼭 보여줘.”

눈물이 찔끔 났다. 내 마음에 드리운 시커먼 먹구름에서도 빗줄기가 쏴 쏟아져 내렸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북 앞에 앉았다. 북이 진철이 등이라 생각하고 마구 북을 쳤다.

“내 등은 동네북이 아니야, 내 등은 세상을 밝힐 등이 될 거야♬.”

한참 치니 속이 시원해졌다.

그때,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가르쳐 줄까?”

나는 괜히 손사래 쳤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한테 북소리가 시끄럽다며 화를 냈기 때문이다.

“치려면 제대로 쳐야지. 중지, 약지, 소지로 북채의 끝부분을 세게 움켜잡아라. 엄지와 검지는 부드럽게 잡는 거야.”

할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북을 내리쳤다. 할아버지가 수십 년 동안 익혔던 북 치는 법을 알려줬다. 나는 못 이기는 척 북채의 끝부분으로 북면을 내리쳤다. 둥둥둥 북소리가 시원하게 튕겨 나갔다.

한참 후, 나는 땀범벅이 되어 방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왜 북을 쳐요?”

“젊었을 땐 재밌어서 쳤고, 늙어선 북받치는 설움을 토해내려고 치지.”

“설움을요?”

“옛날에는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풀어 주려고 대궐 밖에 북을 달았지. 그걸 신문고라고 한단다. 임금이 북소리를 직접 듣고 북을 친 백성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주었어.”

며칠 후, 나는 커다란 북을 들고 교실로 들어갔다. 진철이가 뛰어왔다.

“나 북 좀 줘. 발로 쳐보게.”

“싫어. 나 오늘 본선 나가야 해.”

나는 북을 단단하게 움켜잡았다. 진철이가 눈을 부라렸다. 나는 처음으로 진철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자 진철이가 움찔했다. 그때, 선생님이 들어왔다.

“기준아, 복도 끝 대기실에 가 있어.”

대기실에 들어오자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어느덧 내 차례가 됐다. 나는 북을 단단히 잡고 심사위원 앞에서 북을 쳤다.

“둥둥.”

북소리가 솟아오르며 천장을 두드렸다.

“널 보고 북 치는 나는 빛이 나, 날 보며 손뼉 치는 너도 빛이 나. 반짝반짝 빛이 나♬.”

“재능이 있단 말이야. 합격.”

맙소사. 말도 안 돼. 심장에서 북소리가 났다. 마음속 먹구름 사이로 햇살 한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대박, 전교에서 세 명 뽑는 데 기준이가 뽑혔대. 멋지다.”

초연이가 소리치자, 친구들이 나를 에워쌌다. 진철이가 발로 내 북을 걷어찼다. 나는 벌떡 일어나 북채로 북을 강하게 내리쳤다. 쿵! 쿵! 쿵!

“하! 지! 마!”

북소리에 맞춰 크게 소리쳤다. 처음으로 반항하는 나를 보고 진철이가 흠칫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다음 날, 대기실에서 숨을 고르다가 책상에 굴러다니는 매직펜을 발견했다. 나는 진철이가 낙서한 북 반대편에다가 큼지막한 글씨를 굵게 썼다.

“네 차례야. 이쪽으로 나가.”

방송 관계자였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무대 위로 나갔다. 키득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북채를 잡은 손이 떨렸다. 이를 악물었다.

‘난 더는 동네북이 아니야.’

환한 조명이 켜졌다. 힙합이 흘러나왔다. 나는 북채를 꽉 움켜쥐었다. 손에 땀이 나서 북채가 미끄러질 것 같았다. 손에 힘을 주고 북채를 치켜들었다. 힙합 음악에 맞춰 북채를 내리쳤다. 북소리와 내 마음의 소리가 합해져 더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발끝에서부터 짜릿한 기운이 올라왔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음악에 몸을 맡겼다.

‘두둥둥 두둥두둥.’

북소리와 내 마음의 소리가 뒤섞였다.

연주가 끝나자 모두 입을 벌리고 나를 보았다. 나는 직접 북에 적은 글자인 ‘신문고’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손바닥에 땀이 고였다. 미끄덩거리는 마이크를 꽉 쥐었다.

“북을 치며 랩을 할게요.”

목소리가 떨렸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진철이는 나를 괴롭혀, 나는 너무 괴로워, 나는 너무 외로워♬….”

평소에 꾹꾹 눌러놓았던 속마음이 끓어오르는 화산처럼 터져버렸다. 나를 찍던 카메라 플래시도 여기저기서 터졌다. 마음을 뒤덮던 먹구름이 걷히고 환한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그 후, 학교폭력 자치위원회가 열렸다. 진철이는 특별 교육을 이수 받고 상담실에서 상담도 받았다.

며칠 후, 상담실을 지나가다 진철이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궁금해서 상담실 문틈을 들여다봤다. 상담실 선생님이 말했다.

“역할 바꾸기를 할 거다. 나는 진철이, 진철이 너는 기준이. 자, 음악실에서 작은 북을 들고 왔으니까 이 북을 쳐라.”

진철이는 대충 북을 치는 척했다. 그때, 선생님이 크게 외쳤다.

“동네북이 북을 친다. 매우 쳐라.”

선생님은 진철이 등에 인디언 밥을 하는 척했다. 진철이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동네북! 도망가는 데 십 초 준다!”

선생님이 커다란 손을 휘두르며 잡으려는 시늉을 하자 진철이가 북을 들고 도망갔다. 한참을 도망가던 진철이가 헉헉대며 주저앉았다.

“아, 그만해요. 힘들어요.”

“기준이가 되어보니 어떠냐?”

진철이는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며칠 후, 진철이가 집에 가려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나를 따라왔다.

“왜 자꾸 따라와?”

내가 눈을 부릅 떴다.

“그게…. 있잖아….”

진철이가 우물쭈물거렸다.

“할 말 없으면 간다.”

“지금 하는 말이 뒷북일 수도 있는데 네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

진철이가 운동장 한 가운데서 소리쳤다.

“실은 아빠, 엄마가 늘 싸워서 힘들었어. 집에 가면 싸우는 소리만 들렸어. 나는 늘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이불 속에만 있었어. 나는 혼자였어.”

진철이가 주먹을 말아 쥐고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

“내가 힘들어해도 아빠, 엄마는 계속 싸웠어. 나는 안중에도 없었지. 그래서 관심을 받기 위해 아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했어. 처음엔 장난이었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강도가 심해졌어. 게다가 나는 예선에 떨어져 부끄러웠는데, 본선까지 붙은 널 보니까 질투가 났어. 정말 미안하다.”

진철이가 바지에 손을 닦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다. 진철이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진철이가 민망한지 바지에 손을 문질렀다.

“기준아, 북 치는 법 좀 알려줄래? 북을 치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

“북은 일 층 복도에 걸려있어.”

“왜?”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민이 있으면 누구든 치라고 교장 선생님이 걸어놓았어. 우리 할아버지가 이 북을 학교에 기증했거든.”

북이 울리면 내가 제일 먼저 달려가야 한다. 왜냐면 교장 선생님이 나에게 신문고 지기를 맡겼기 때문이다. 북이 울리면 나는 북을 친 친구를 데리고 상담실로 가야 한다.

‘둥둥둥.’

앗, 북이 울린다. 나는 재빨리 신문고로 뛰어갔다.

“어디 가? 같이 가.”

진철이가 나를 따라왔다. 우리는 신문고를 향해 나란히 뛰었다. 마음에 쌍무지개가 피어올랐다. (끝)

이미주
이미주

[당선소감]동화 -이미주

“동화의 숲에 뿌리깊은 동화작가 될터”

동화의 숲을 기웃거렸습니다. 숲의 청량한 공기와 푸르름에 반해 숲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무성한데 숲이 우거져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이리저리 헤매다가 주저앉으려 할 때, 김이랑 선생님께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동화의 길을 잘 알려주셔서 한 발 한 발 올라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 동화의 숲에 뿌리를 튼튼하게 내려서, 뿌리 깊은 동화 작가가 되겠습니다. 제 소중한 작품에 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를 항상 깊이 사랑해주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남편, 소중하고 복 많은 세민, 지유 모두 사랑해요. 저희 부모님과 시부모님 저를 아껴주시고 보듬어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약력]이미주
-2022년 KB 창작동화제 대상
-제6회 가슴 따뜻했던 사회공헌활동 체험사례 공모전 수상
-KB 손해보험 국민희망록 대상

 

정영애
정영애

[심사평-정영애]신- 구식 북과 랩이 어울려 현실의 무게 덜어줘 감동

어린이를 위해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가 동화(童話)다. 동심은 언제나 재미를 추구한다. 어려운 공부나 놀이도 ‘재미있다’와 ‘재미없다’로 퉁 쳐 버린다. 하물며 동화는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동화의 전형적인 특징은 마법의 요소가 작용해 소원을 성취해 주거나, 동식물로 변신해 이야기 속에서 초자연적 능력을 발휘한다. 그래야 어린이들은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능력을 사용할 때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뜬금없이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하면 재미는 반감한다.

본심에 넘어온 작품은 모두 6점으로, ‘콩밭 허수아비’는 허수아비가 고래 귀신으로 변신하는 초자연적 상황을 그려 주었다. 그러나 개연성이 부족했다. 콩밭에 서 있는 허수아비가 고래귀신으로 변신하는 설정 자체가 무리였고 중간마다 작가의 감정이 개입하는 바람에 머리를 갸우뚱하게 했다.

요즘 반려견과 반려묘가 사회적 이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너처럼’의 벅구와 초코, ‘반쪽 무지개’의 주인공 들꽃 마을 도둑괭이가 등장했다. 이 두 작품은 에피소드가 부자연스럽고 묘사가 적절하지 못하지만, 주인공의 갈등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느껴져 앞으로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

‘친구가 생겼으면’ 작품에서 민주화 운동을 한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등장한다. 어렵고 무게 있는 주제를 담을 그릇이 적어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 어려운 주제를 어렵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성찰하는 이야기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내공을 더 쌓아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 두 작품, ‘오늘부터 우리는 친구’ ‘동네북’을 두고 고심했다. 두 작품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고 나가는 힘과 묘사, 단문과 대화체가 비슷해서 ‘한 사람이 쓴 작품인가?’ 요모조모 뜯어봤을 정도였다. 전자는 준수가 퀴퀴한 냄새가 날 정도로 가난한 똥별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별과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나중에 준수는 담임으로부터 똥별이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다는 말을 듣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똥별을 이해한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어 좋았지만, 담임의 말이 사건을 해결해 주는 끝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준수가 왜 짝인 똥별의 행동을 보고 병이 있는 줄 발견하지 못했을까? 똥별의 행동을 보며 우정의 기포를 차츰 터뜨려 나갔으면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남은 작품이 ‘동네북’이다. 북을 치는 할아버지와 사는 ‘나’, 별명이 동네북이다. 나는 랩을 한다. 랩에서 반항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는 진철이가 주는 모욕을 견디며 방송국 장기자랑 예선 대회에서 그토록 싫어하는 할아버지의 북을 치고 랩으로 노래하며 세상을 향한 분노와 슬픔을 쏟아내 본선에 오른다. 현대식 랩과 구식인 북이 묘하게 어울려 현실의 무게를 줄여주는 감동을 선사하여 당선작으로 뽑았다.

당선작으로 뽑히지 않은 예비 작가들이여,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쓰고 또 쓰길 바란다. 누구나 실패를 통해 가장 바르게 배워 나가기 때문이다.

■[약력]정영애
-동화 전업작가. 한국아동문학상, 아동문예작 가상, 가톨릭아동문학상, PEN문학상 수상.
-<우리는 한 편이야> <산타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내 짝꿍은 외계인> <갈림길>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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