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기술의 발달로 실현된 AI 아트

-상상이 현실로
우리 실생활 깊숙이 파고든 AI
인간의 영역 창작분야까지 확대
AI로 그려낸 그림 전시회까지

-정교해지는 기술
그림·사진에 유명화가 화풍 입힌
스타일 트랜스퍼 수준서 더 나아가
단어·문장 입력만으로 그림 완성

-누구나 화가가 되는 시대
IT업계 AI프로그램 잇단 발표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 가능해져
활용빈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

▲ 울산 AI 스타트업 코어닷투데이가 완성한 고흐풍의 태화강 일몰.

2006년 AI(인공지능)의 대부 제프리 힌턴 교수의 딥러닝 논문을 계기로 등장한 AI는 지난 2016년 AI 바둑기사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교육, 의료, 가전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실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제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져 왔던 창작 분야로까지 확대돼 AI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기존 데이터 AI를 통해 재가공해 이를 기반으로 전시를 선보이는 등 예술 분야에서의 AI의 입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울산에서도 관련 스타트업이 AI로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지역 작가들과의 협업에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는 등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메타버스, VR(가상현실) 등 디지털 이미지가 필요한 플랫폼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어 AI그림 시장은 갈수록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리서치업체 코헤런트마켓인사이츠는 지난 2020년 33억달러 규모이던 디지털 이미지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42억달러로 커지고 2028년에는 4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AI가 그리는 예술의 모습은 어떤 형태인지 작가들은 이를 통해 어떠한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예술과 AI의 접목 사례와 앞으로의 과제 등을 살펴본다.

▲ 기자가 AI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을 활용해 울산 ‘십리대숲’을 그린 그림.
▲ 기자가 AI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을 활용해 울산 ‘십리대숲’을 그린 그림.

◇GPU 등 개발로 AI 아트 가속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가 그린 그림은 인간의 작품에 비해 전문성이나 예술성, 완성도가 매우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컴퓨터 시스템을 하드웨어적으로 컨트롤하는 칩셋과 이미지를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AI가 만들어내는 그림은 매우 정교해지고 세밀해졌다. 또 과거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글로벌 IT 기업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프로그램들에 점차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제 예술 분야에서의 활용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새로운 AI 프로그램들이 대거 발표되면서 ‘AI 그림’이 IT 업계와 예술 분야에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4월에는 세계 최대 AI 연구소인 미국 ‘오픈AI’가 1년3개월만에 ‘달리(DALL-E)’의 두 번째 버전을 선보였고, 7월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미드저니(Midjourny)’가 등장했다. 이어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구글 ‘이마젠’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하반기 줄지어 공개됐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이 구글 클라우드의 인프라를 활용, 1억2000만장 규모의 이미지와 문자를 학습한 아티스트 인공지능 모델 ‘칼로(Karlo)’를 선보였다. 내년에는 예술가들이 실제 창작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용 버전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법이 점차 변하고 있는 AI 그림

AI를 활용한 그림은 초기에는 기존의 사진이나 그림의 유명 작가 등 특정 화풍으로 바꿔주는 ‘스타일 트랜스퍼’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원본 이미지의 기본적인 형태는 유지하면서 원하는 스타일의 화풍을 적용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특정 이미지를 역동적인 곡선의 빈센트 반 고흐, 추상적인 금박 문양의 구스타프 클림트 등 세계적 작가들의 화풍의 그림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인물, 풍경, 반려동물 등 대상과 종류에 관계없이 어떤 이미지든 다른 스타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몇 개의 단어나 문장 입력해 AI를 통해 그림을 그리는 단계가 진행 중이다. 대상, 화풍, 장소, 시간, 색상 등 원하는 단어나 문장을 입력하면 AI가 스스로 이해한 맥락에 기반해 그림을 만들어낸다. 사용자들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시각화해 주고, 예술가들이 그리거나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개념화하는 것도 AI의 역할이 됐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초기에는 사람 신체 부위가 세세하기 표현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학습을 통해 개선되고 진화하면서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를 보다 잘 활용해 그림을 그리려면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보다 더 구체적으로 원하는 방향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의 사진을 AI 기반 이미지 합성(딥페이크) 프로그램 ‘리페이스(reface)’로 합성한 기자의 얼굴 사진.
▲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의 사진을 AI 기반 이미지 합성(딥페이크) 프로그램 ‘리페이스(reface)’로 합성한 기자의 얼굴 사진.

◇울산서도 AI 작품 전시

울산에서는 UNIST 교원창업기업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코어닷투데이(대표 김경훈)가 AI를 예술과 접목한 다양한 시도와 전시를 이어 나가고 있다. 2021년에는 중구 갤러리 아리오소에서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의 곳곳을 담은 사진을 고흐, 클림트, 몬드리안 등 이름만대면 알 법한 세계적 화가들의 화풍으로 완성한 작품을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중구 갤러리P에서 강시라 작가와 협업을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활용한 작품 ‘시냅틱 셀프’를 선보였다.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인공지능 하나와 텍스트와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선택하는 또다른 인공지능을 활용해 특정 문장이나 단어를 입력해 인공지능이 생성한 특별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지난 4월에는 외계인과의 대화를 가정해 미지의 존재에 대한 탐구를 표현한 ‘언해피서킷(Unhappy Circuit)’을 열기도 했다.

김경훈 코어닷투데이 대표는 “AI는 대체재로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나아가 예술가들이 새로운 모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실험적인 미술도구로써 AI를 작품에 적용하는 데 어떤 역할 맡을 수 있을지 예술가들과 머리를 맞대볼 생각이다. 또 울산시민들이 인공지능을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작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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