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예술분야 활용 넓어진 AI, 저작권 등 과제도

CCTV 데이터와 작가의 작품 두고
AI의 인지에 대한 차이 비교 전시 등
AI와 예술의 접목에 대한 고민 깊어

개발자·사용자 등 다양한 주체 얽혀
AI 그림 저작권 문제 ‘뜨거운 감자’
국내 관련법 개정안도 국회 계류중

영상으로 재탄생한 유명작가 그림 등
예술분야 속 AI 기술 활용 무궁무진

▲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유경 작가가 지난달 부산국립과학관에서 열린 아트사이언스 특별전에서 선보인 작품 ‘유령들’.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은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시작해 점차 활용 범위와 방법이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 AI’가 그림(이미지)을 넘어 음악, 글 등으로 활성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예술 분야도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

AI 아트가 폭발적인 성장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가운데 이를 활용한 울산지역 예술가들의 최근 작업 사례를 살펴보고, 가파른 성장 속에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저작권 문제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예술가들 AI 통해 새로운 영감

기술의 빠른 변화 속에서 예술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작업과 접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800년대 중반 전통적 회화작품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사진의 등장처럼 다양한 사고와 인식, 창조의 산물인 예술이 새로운 기술의 접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각예술 분야 김유경 작가는 최근 지역 AI 기업 코어닷투데이와의 협업을 통한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가치관이나 인식에 따라 세상을 불완전하게 보는 인간이 학습을 통해 인지한 부분만을 인식하는 AI와 비슷하다고 보고 전시를 기획했다.

▲ 울산 AI기업 코어닷투데이는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역 작가들을 대상으로 코어닷투데이가 진행한 AI 관련 세미나 장면.
▲ 울산 AI기업 코어닷투데이는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역 작가들을 대상으로 코어닷투데이가 진행한 AI 관련 세미나 장면.

부산 광안리 해변과 달맞이 고개 등 유동 인구와 차량 이동이 많은 지역 몇 곳을 골라 CCTV 데이터 속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공간에 대한 찰나를 표현한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차이를 비교했다. 작가로서 특정 이미지에 대해서 AI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인지하고, 해석하는지 파악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김유경 작가는 “작가들도 특정 소재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고 구상·비구상 작가들 간의 간극도 크다. AI는 예술가에게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줄 유용한 창구 역할을 한다. AI와 여러 예술 분야에서 융합의 형태가 계속 나오고 있어 큰 자극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I 그림 저작권·초상권 문제도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면서 쏟아져나오는 AI 그림들의 저작권 문제도 화두로 떠올랐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물에 한정돼 있다. 인간이 창작에 관여하지 않고 AI를 이용해 완전히 자율적으로 만들어 낸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드저니’(Midjourn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 AI 프로그램은 수많은 이미지를 학습해 이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만들고, 사용자의 명령어에 따라 그림을 그려낸다. 가령 ‘피카소 풍의 태화강국가정원’ 그림이 가능한 이유는 피카소의 수많은 작품을 학습해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그린 그림(이미지)이 AI가 작품을 만드는 데 기본이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AI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와 프로그램에 명령어나 제시어를 입력한 사용자, AI의 학습 바탕이 된 그림을 그린 작가 등 여러 주체가 AI 그림의 저작권 문제에 얽혀 있다.

AI 그림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점차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지난 2020년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창작물을 만든 창작자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을 담은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상태다.

또한 AI 그림은 저작권 문제뿐만 아니라 초상권 문제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이미지 생성 AI는 유명 배우나 정치가 등 실재하는 인물의 사실적인 이미지 등을 만들수 없도록 설정해놓기도 했다.

◇앞으로 AI가 펼쳐갈 작품세계는

그림 그리는 AI를 넘어 시를 쓰는 AI, 작곡하는 AI 등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AI가 점점 생겨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작가의 사진 작품을 AI를 통해 재구성해 영상으로 재탄생 시킨 전시도 기획중이다.

국내 IT 기업인 이스트소프트는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인 프리다 칼로의 사진과 그림을 AI를 통해 영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가 보유한 프리다 칼로의 디지털 사진과 작품 이미지에 자사 기술로 움직임을 만들어 준다는 계획이다.

울산의 AI 기업 코어닷투데이(대표 김경훈)도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AI에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융합 전시와 관객 참여형 전시 등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프로그램으로 청년 예술가와 기술전문가가 함께한 무대예술아카데미의 진행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전시를 선보인다. 대뇌, 소뇌, 연수, 척수 등 인간의 신경계를 시각예술,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AI와 접목한 작품으로 표현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경훈 코어닷투데이 대표는 “이제 AI는 하나의 완성된 제품으로 예술 분야에 활용할 수준이 이르렀다고 본다. 시민들이 생각하기에 ‘AI가 뭘까’ ‘AI는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영역이 아닐까’하는 질문이 더 생겨날 것이다. 앞으로는 인간이 AI와 구분되는 뚜렷한 차이나 다른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나 기획을 진행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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