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타인을 평가하고 비난하며
자신만 옳다는 사람은 성과 못내
리더는 자신을 알고 남도 알아야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몇 년 전 영국 BBC방송에서 오늘의 단어로 한국의 ‘꼰대’를 선정했습니다. 자신은 항상 옳으며 타인은 항상 틀렸다고 생각하는 연장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젊은이들은 자신들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며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냅니다. 매사에 이런 식은 아니더라도 연인 관계 같은 특정 상황에서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들도 우리는 가끔 보게 됩니다. 이런 일은 왜 벌어질까요.

메타인지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신의 인지 과정을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능력인데, 이것이 있다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공부할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확실히 아는 것은 넘어가고 헷갈리는 것 위주로 확실히 익혀서 지식을 튼튼히 할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메타인지가 낮다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라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듭니다. 꼰대는 메타인지가 낮아서 자신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를 것입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라 불리는 현상이 있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뛰어난 사람은 오히려 과소평가하는 현상이 있다는 것이죠. 우스갯소리로 대학을 졸업할 즈음 전공분야를 다 알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가 대학원 석사를 시작하면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박사를 하면서 조금씩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이 현상과 연결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실제 더닝과 크루거의 연구와는 다르게 조금밖에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과신한다는 것을 과장하기 위해 이렇게 부풀려진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런 현상이 춤, 농구, 골프와 같은 신체 능력에 대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댄스실력이 초급이라는 것을 스스로 안다는 것이죠. 반대로 정치지식에 대해서는 초보 수준인 사람이 자신의 이해가 매우 높다고 착각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더닝과 크루거의 논문에서는 논리적인 능력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실제로는 하위권인 사람이 자신을 중상위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정도 머리로 알만한 것들에 대해서는 이런 착각을 하는데 반해 천체물리학과 같은 어려워 보이는 개념을 질문하면 댄스실력 질문처럼 착각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일들이 의료 영역에도 발생합니다. 신경과에서 보는 다발성경화증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전문가의 말을 따르겠다고 하지만, 정신과에서 보는 우울증에 대해서는 의지가 약한 것이 문제라거나 약이 중독을 일으킨다는 오류가 가득한 확신을 망설임 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정치나 논리도 천체물리학처럼 복잡한 분야이고 우울증도 다발성경화증처럼 복잡한 질환인데 사람의 뇌는 쉽게 오류를 일으킵니다.

그러면 자신의 마음이나 상대의 마음은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을까요. 혹시 여기서도 이런 오류가 있는데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실제로 우울, 불안, 불면 등 많은 정신적 문제에서 인지오류들이 있어 이 왜곡에 대한 치료를 합니다. 상담으로 부족하면 약물을 함께 쓰기도 하죠.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서도 오류가 빈번한데 타인의 마음을 짐작할 때는 더 큰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타인을 평가하고 비난하며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있으면 피곤해집니다. 성과도 나지 않습니다. 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가족을 이끄는 가장이든, 작은 가게의 사장이든, 대기업의 임원이든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타인의 마음도 알아야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지 못하면 기본적인 일처리도 어려울 것이고,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면 소통과 협력이 될 리가 없을 테니까요. 이렇게 되면 구성원의 열정을 끌어내기도 힘들 것이고, 난관에 빠졌을 때 힘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짐이 되겠지요.

훌륭한 리더인 프로스포츠의 감독을 생각해봅시다. 우수한 선수는 압박을 줘서 성과를 내겠다며 비아냥과 협박을 일삼는 감독의 팀에 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져서 속상한데 뭐든 다 잘 했다며 그냥 마음 편하게 훈련도 대충 하자는 감독에게 기대를 품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좋은 감독은 열정도 끌어내고 다독일 수도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중요한 경기라며 선수가 무리할 때는 본인도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선수의 생명과 다음 경기, 시즌 전체를 위해 그 마음을 꺾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미 선진국 경제가 된 우리나라에는 근면하게 선진 지식을 답습하는 인력보다 협력하고 소통하며 열정과 창의력을 끌어내는 리더가 더 필요해졌습니다. 그런데 객관식 시험으로 경쟁해서 줄 세우는 평가로 이런 능력이 길러지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려는 교육계의 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개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해야 건강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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