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형편에 물리치료는 커녕 병원에 데리고 갈 엄두도 안납니다" 이진숙(여·45·가명)씨는 조카 진석(11·가명)군의 비뚤어진 어깨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왼쪽으로 머리가 많이 기울어져 있는 진석이는 얼마 전 학교에서 실시한 체력검사 시간에 의사로부터 "선천성 사경"으로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
 척추전문병원인 약수의원 조성우 원장은 "선천성 사경은 척추의 경추1번이 잘못돼 한쪽 어깨가 기우는 병"이라며 "되도록 어렸을 때 치료를 받는 것이 좋고 원인을 밝혀 내면 완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어릴적부터 오른쪽 어깨가 내려앉아 있는 진석이를 보면서 외숙모 이씨는 "어렸을 때 진석이 엄마가 늘 업고 일을 다녀서 자세가 나빠진 줄만 알았는데 병이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진석이와 누나 지선(13·가명)양은 부모가 이혼, 지난 2001년부터 외삼촌 집에서 함께 살았다. 그런데 택시운전을 하던 외삼촌도 몇년 전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라앉은 뒤 외숙모와 이혼해 집을 나간 상태이고, 진석이 부모와는 연락도 닿지 않아 외숙모 이씨는 애를 태우고 있다.
 이씨는 "남편과 이혼했지만 아이들을 저버릴 수가 없어 함께 살고 있는데, 우리 아이를 비롯해 초등학생 셋을 혼자서 감당하려니 제대로 먹이기도 어렵다"며 "그나마 집안사정을 아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급식비나 학원비는 들지 않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덩치가 작은 진석이는 구부정한 자세 때문에 더 왜소해보인다. 학원에 가기 위해 가방을 멘 진석이는 가방끈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애를 썼다. 유난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진석이는 학기초 친구들의 놀림에도 속앓이만 할 뿐이다.
 이씨는 "올해 초 같은반 친구들이 어깨 때문에 놀리는 바람에 진석이가 한동안 기운이 빠져다니길래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다독거려 준 적이 있다"며 마음아파했다.
 진석이의 경우 엄마 명의로 된 재산이 있어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정부지원금 30만~40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태화동사무소 김태희 사회복지사는 "진석이와 지선이의 딱한 사정을 잘 알고 있지만 현행법상 지원금이 나갈 수가 없다"며 "엄마 명의의 재산도 실제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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