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생생 붑니다. 밖에 나가서 호객행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 불황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는 자동차 등록·중고차매매·폐차 업계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이 말의 주인공은 울산시 차량등록사업소 직원이다.
 언제나 차량 신규등록 및 이전등록을 위한 민원인들로 발 디딜틈 없이 붐비던 차량등록사업소는 요즘 들어 한가롭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신차를 비롯한 울산지역 자동차 관련 업계가 말 그대로 장기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리면서 차량등록사업소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신규 차량등록 및 이전등록 대수는 각 1천82대와 1천842대로 하루 평균 각 90여대와 150여대. 경기가 어려웠던 지난해만 해도 하루 평균 신규 150여대, 이전 250여대를 넘어섰다. 30~40%가 빠진 셈이다.
 중고자동차매매상사가 밀집해 있는 남구 삼산동과 북구 진장동의 중고차단지에는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대형 파라솔안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중고차단지 직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행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지만 실망하기 일쑤다.
 10여년째 중고차매매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문을 닫은 업체만 해도 20%에 달한다"며 "그나마 나머지 업체들중 50% 이상이 대표자의 얼굴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4월말현재까지 4개월간 울산지역 중고차판매대수는 8천816대. 한달 평균 2천204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103개 매매상이 영업중인 점을 감안하면 매매상별로 한달에 21대 꼴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0% 떨어진 것으로 최근 수년새 판매대수가 내리막길을 걸어온 점을 감안하면 호황기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A씨는 "매매상별로는 평균 6~7명의 직원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중인 업소의 20% 정도만이 현상유지 또는 적지만 수익을 내고 있을 뿐 나머지는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폐차업계도 물량이 줄어 어렵기는 마찬가지. 차량 구입이 없으니 폐차차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IMF 때도 폐차물량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불황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폐차업계 관계자는 "IMF 때는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 폐차가 오히려 늘어났으나 최근에는 장기경기침체로 차량이 움직일 수만 있으면 운행하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폐차할 차량이 크게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울산지역 6개 폐차업계가 처리한 폐차 대수는 979대로 지난 3월의 1천171대에 비해서도 200대 가량 줄었다. 업체별로 160대 정도.
 한달 평균 업체별로 200대 이상은 처리해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게 폐차업계의 설명이고 보면 손해를 보면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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