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 신정동 울산여고 앞에서 윤화랑을 운영하던 윤명희씨(54·전 울산시여성단체협의회장)가 울산지역에서 활동하는 화가의 지원에 나선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윤씨에 따르면 일정금액의 기금을 적립해서 문화재단을 설립, 매년 1천만원 정도의 이자 수익으로 지역 작가 1명을 선정해 해외 스케치 여행을 보내주고 이어 서울과 울산에서 2차례 개인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단 설립에 앞서 이미 소리소문 없이 작가지원을 시작했는데 그 첫 수혜자는 서양화가 박덕찬씨. 지난해 건강 악화로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박씨는 최근 건강상태가 많이 좋아져 오는 6월 중순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외국여행이 처음이라는 박씨는 "미술의 도시라는 파리를 비롯해 유럽의 여러 미술관과 건축물들을 둘러보고나면 새로운 이미지를 얻게 되어 작업의 변화를 얻을 수 있을 같다"고 기대하며 "울산에서 훌륭한 작가가 많은데 가장 먼저 혜택을 입게 되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우선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 새로운 작품으로 서울 인사동과 울산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윤씨는 "작가 선정에 있어서는 작품성과 작가의 현재 사정 등을 고려했다"며 "앞으로 매년 한사람씩 선정해서 똑같은 방법으로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작업하는 작가면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토박이인 윤씨는 지난 87년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지으면서 그 금싸라기 같은 땅의 건물 한층 전부를 "돈 안되는" 화랑으로 꾸며 지역 작가들에게 개방,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울산미술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의 성을 딴 "윤화랑"은 3년여전부터 문을 닫았지만 윤화랑 간판을 내린 것은 아니다. 곧 공업탑로터리 인근에 새건물을 지을 예정인데 그곳에 화랑을 만들어 다시 윤화랑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씨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간호학을 전공하게 되었다"며 "못다 이룬 꿈에 대한 미련이 남아 화랑을 시작했고 지역작가를 지원하는 문화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7년전 모교인 고려대학교 간호대학에도 장학금을 쾌척, "윤명희 장학금"이 만들어져 이미 10여명의 학생이 혜택을 입고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검소하게 생활해서 차곡차곡 모은 재산을 더해 보람있는 일에 쓰고 있는 윤씨는 "이제 3만~5만평 되는 큰 규모의 조각공원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