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남자배구 거포 이경수(23.한양대4)가 LG화재에 전격 입단했다.

 LG화재는 16일 오후 이경수와 계약금 8억원, 학교지원금 4억원 등 총 12억원에입단 계약했다고 17일 발표했다.

 LG화재는 이미 지난해 9월 이경수와 가계약을 맺었으나 12월 한양대 송만덕 감독이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간 뒤 선수 가족이 심경 변화를 일으키는 바람에 최종 계약 합의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LG화재 관계자는 『이제 선수등록이 남은 숙제가 됐다』며 『앞으로 모든 일이 어렵겠지만 협회와 다른 구단들과 만나 머리를 맞대고 풀겠다』고 말했다.

 LG화재는 기량 면에서 90년대 최고스타 김세진(삼성화재)과 비슷한 이경수를 영입함으로써 단숨에 삼성화재를 꺾고 국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대한배구협회의 드래프트 규약을 어기고 자유계약을 통해 이경수를 영입함으로써 구단 도덕성에 흠집을 냄은 물론이고 다른 팀들의 경기 보이콧과 대한배구협회와의 법적 소송 등 상당한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경수의 실업 입단 방식을 드래프트로 못박았던 배구협회는 『규정을 어긴만큼선수등록조차 못 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협회는 지난달 드래프트 조정위원회에서 『이경수는 드래프트에 의해서만 실업팀에 갈 수 있다』고 결정하고 만약 이경수가 드래프트에 응할 경우 대한항공이 확률추첨에서 유리하도록 기득권을 부여한 바 있다.

 조영호 협회 부회장은 『배구계 질서를 뿌리채 뒤흔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개탄하고 『구단측이 소송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려 들겠지만 선수등록부터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도 『가뜩이나 인기가 떨어진 한국배구를 끝장내려는 폭거』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경수의 입단을 단순한 「입사」로 규정한 뒤 『협회의존재 자체를 부정한 선수가 어떻게 경기에 뛸 수 있겠느냐』면서 『협회를 상대로 한소송에서 이겨 선수로 등록하더라도 대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경수 영입을 위해 물밑에서 LG화재와 경합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캐피탈측은 『유망한 선수를 못 뛰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송만덕 현대 감독은 『솔직히 (이경수를) 잡으려고 했지만 사정이 그렇게 됐다』고 털어놓고 『경수의 아시안게임 대표 발탁 문제는 (신치용) 감독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뛰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구협회는 LG화재가 이경수의 선수등록을 위해 결국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고판례 수집에 나서는 등 다각도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프로농구에서 서장훈과 기량이 비슷한 김주성(중앙대)도드래프트를 통해 간다』면서 『어떻게 배구판에서만 이러한 행태가 계속되는 지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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