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응시인원이 3만명이 넘어섰다는 보도를 보면서 법조인이 아직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어려워서 그런지 법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공대생, 의대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법시험을 준비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조인은 약 9천명 정도이고, 그중 판사와 검사가 약 4천명, 변호사가 5천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1천명인데, 그 중에서 300명 정도가 판사와 검사로 임용되고 나머지 700명이 변호사로 활동하게 되므로, 이러한 추세로 가면 10년 이내에 변호사의 수가 1만여명에 육박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변호사가 선망의 대상이고 사회적 평판도 괜찮은 것 같으나, 서양에서는 변호사는 "나쁜 이웃"이라거나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존재" 심지어는 성직자가 임종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임종 전에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말하라고 하니 변호사라고 답했다는(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다 천당에 가서 나중에 재회할 수 있으나 변호사는 모두 지옥으로 가기 때문에 다시 만날 수 없으므로) 유머까지 있을 정도로 나쁜 인상을 주고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 변호사들에 대한 평판이 이처럼 나쁜 것은 그들의 성품이 원래부터 나빴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도 학창시절 큰 뜻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고, 전문가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으나, 너무 많은 인원이 배출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법률지식을 비정상적으로 사용하고 법률지식이 없는 의뢰인들에게 피해를 입혀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법률시장의 규모에 맞는 적정한 인원의 변호사가 배출되어야지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면 곧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정책당국에서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이 많이 배출되면 문턱이 낮아져 일반 국민들이 싼 비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의사나 변호사도 직업이므로 어느 정도의 업무와 수입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수입을 위하여 의사가 과잉진료를 한다거나 변호사가 사건을 찾아다니고 송사를 권유하는 지경에 이르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결국 변호사는 "나쁜 이웃"이 되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도 평소 법원과 검찰청은 평생 가보지 말아야 할 곳, 변호사는 사귀지 않아도 될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고 한, 두 사람의 변호사를 사귀어 둔다면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법률적 분쟁에 한번도 휘말리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필자도 재판을 하면서 어떤 거래나 계약을 하기 전에 먼저 법률전문가와 상의하여 계약의 내용이나 문제점 등을 검토한 후 처리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일을 혼자서 성급하게 처리하다가 낭패를 보고 송사에 휘말린 경우를 많이 보았다. 법정에서 항상 하는 말은 상대방을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명을 듣다보면 전혀 믿을 없는 경우이고 믿어서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재판제도상 소송까지 가면 이긴다 하더라도 시간이나 비용,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의 법조인들은 마음이 좋아서 그런지 그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습득한 법률지식을 친구나 친척 또는 그들의 소개를 받은 사람들에게 공짜로 조언해주고 있다. 자기 주위에 좋은 이웃으로 법조인 한, 두명을 두고 수시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면 살아가면서 큰 손해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필자도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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