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갈기머리를 휘날리며 국내 프로야구 마운드에 다시 선 「야생마」 이상훈(31.LG)이 또 한번의 성공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97년 시즌을 끝으로 국내무대를 떠나 일본과 미국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하며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이상훈이 4년 7개월여만의 복귀 후 등판경기에서녹슬지 않은 강철어깨와 노련미로 예전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것.

 이상훈이 지금까지 마운드에 오른 것은 고작 2경기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진가를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18일 기아와의 경기에서 시속 150㎞의 직구를 던져 주변을 놀라게 했던 이상훈은 21일 롯데전에서도 3-3으로 맞선 7회말 주자없는 2사후 등판, 1"이닝을 1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 타선의 지원속에 복귀 후 첫 구원승을 올렸다.

 지난 97년 9월 23일 한화전 이후 4년 8개월여만에 맛본 감격의 승리였다.

 하지만 이상훈은 복귀 당시만해도 국내 프로선수 최고 계약금(4억7천만원)에 상응하는 활약을 보여 줄 지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받은 게 사실이다.

 97년 시즌을 끝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이상훈은 주니치에서 2년간 7승5패23세이브를 기록한 뒤 2000년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지만 메이저리그의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지난 해 8월 방출되는 아픔을 겪고 이후 국내 복귀까지오랜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해외야구 경험은 이상훈에게 오히려 보약이 된 것으로 보인다.

 5년전 145㎞ 안팎이었던 볼 스피드가 오히려 빨라졌고 경기운영에도 상대 타자의 심리를 읽는 두뇌피칭과 볼 배합이 이전보다 휠씬 나아졌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효봉 SBS스포츠채널 야구해설위원은 『이상훈의 구속이 이전보다 빨라졌고 변화구의 완성도도 한층 높아졌다』며 『특히 이상훈은 작은 투구폼에서 빠른 공을 뿌리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을 쳐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상문 투수코치도 『상훈이가 5년 전에 비해 손색없는 구위와 구질에 노련미까지 더했다』며 『당분간 이동현과 마무리를 번갈아 맡기면서 주로 7회 이후 이기는 경기에 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복귀 후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는 이상훈이 다승왕(95년.20승)과 구원왕(97년.

47세이브포인트)을 거머쥐었던 전성기때의 명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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