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침 뉴스 방송에 일류 배우인 이모씨가 청소년 성매매로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심정이 착잡하였다. 공인으로서 여태까지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짐은 판단력 부재로 인한 자기관리의 추락이라 할 수 있다. 문득 서산대사의 "5언절구"가 떠오른다.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

 踏雪野中去하야(답설야중거)/不須胡亂行이라(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은(금일아행적)/遂作後人程이라(수작후인정)

 세상 사람들은 똑같은 인생의 출발점에 서서 자기의 인생행로를 걸어가지만 나중의 그 길은 천양지차 영욕으로 갈라지는 인생의 길이 되고 만다. 알파와 오메가가 소양지간이다.(처음과 끝이 하늘과 땅 차이다.) 어떤 사람은 하이얀 눈이 덮인 들판처럼 인생의 깨끗한 앞길만 바라보면서 판단력 없이, 자기관리도 철저히 하지 않고 방뇨(放尿)도 했다가 방분(放糞)도 했다가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면서 갔고, 그래서 그 사람의 인생여정은 추악한 욕된 길이 되고 만다. 후손과 후예들은 부끄러워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일제치하 때 매국노인 이완용, 서두에 이름을 올렸던 배우인 이모씨, 허준 드라마에서 예진 아씨로 사랑을 한 몸에 모았다가 추락한 탤런트 황모씨 등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또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력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고 큰 흐름(大義,正義, 道, 良心)을 따라 피땀을 흘리면서 걸어간 사람의 인생여정은 자긍심을 가질 만큼 아름답고 영광의 길이 될 것이다. 후손들과 후예들은 자랑스럽게 여기고 조상들이 걸어간 인생여정을 거울로 삼아 더욱 더 분발하고 자기분야에서 매진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순신 장군,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 김규환 명장 등 이런 부류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인생여정을 남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깨끗하게 펼쳐진 인생 길을 함부로 걸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후손과 후예들이 내가 걸어간 인생 길을 과연 어떻게 볼까 한번쯤 생각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선조나 부모가 걸어가는 발자취를 뒤에서 보고 후손들이나 자식들이 은연중 그 부모의 행적을 밟아 가는 것이다. 그 부모의 행적은 그 부모의 인격이 만들어 내는 언어이며 행동이며 일이며 사회관계라고 연세대 송복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생명력이 없는 큰 나무토막은 아무리 커도 물결을 따라 흘러가지만, 생명력(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는 비록 작아도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구가하고 행복을 만들면서 폭포수(목표)의 거센 물줄기를 세차게 거슬러 올라간다.

 권력을 행사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부를 누릴 때에는 그에 따른 판단력과 자기관리로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존귀한 자일수록 솔선수범의 희생과 책임이 따른다)이 필요한 것이다. 자식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상황에 따라 현부, 현모 또는 자애로운 부모도 필요하지만 엄부, 엄모가 필요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판단력과 사랑의 매가 중요한 것이다.

 왜 판단력과 자기관리 훈련이 필요한 지를 예로 들어보겠다. 독수리는 높은 벼랑에 집을 짓고 새끼를 깐다. 새끼가 날아다닐 수 있을 때쯤 되면 어미는 둥지를 헐어버린다. 그리고 새끼 독수리를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려 나는 연습을 시킨다.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면서 힘찬 날개 짓을 하는 새끼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어미는 새끼가 벼랑 밑에 떨어지기 직전에 쏜살같이 내려가 구해서 벼랑 위로 데리고 올라온다. 그리고는 또다시 떨어뜨려 혼자서도 완전히 날 수 있도록 강한 훈련을 반복시킨다. 이렇게 반복되는 엄한 훈련을 통해서만 독수리는 명실상부한 날짐승 중의 왕이 되는 것이다.

 먼 훗날 후손과 후예들에게 떳떳한 인생여정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오늘 내가 한 행동과 말이 과연 나의 판단력대로 행해졌으며 엄하게 자기관리에 충실했던가를 한번 반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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