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와 쓰레기 더미로 뒤덮혔던 서울 난지도(쓰레기매립지)가 동·식물의 생태보고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1년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 제2매립지 5만6천평의 생태공원과 월드컵경기장 앞 10만7천평 등에 "월드컵공원"조성 공사에 착공,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개장했다.
 난지도 월드컵공원은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등으로 조성돼 시민과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생태공원과 난지한강공원 등 난지도 밀레니엄 공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월드컵공원은 월드컵축구대회 기간에는 각종 스포츠행사와 연계된 문화활동 공간으로, 월드컵 이후에는 휴식·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월드컵공원은 도로와 계단, 이동로, 육교 등 일대의 모든 시설물을 친환경적인 재료(목재 등)를 사용해 이용객들에게 자연의 친근함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월드컵공원의 이동로와 계단 등을 나무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상암월드컵구장 일대 육교 등도 기존의 철구조물에 나무를 덧씌워 인공의 차가움을 크게 해소했다.

 ◇희귀 동·식물 서식처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에서 생태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난 월드컵공원은 조성 2년여만에 동·식물의 생태보고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가 지난해 5월부터 1년여간 월드컵공원 생태계를 모니터링 한 결과, 547종의 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공원조성 당시 심은 식물 154종에 비해 3.6배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유럽원산인 솜토끼풀, 꽃갈퀴덩굴 등 귀화식물 6종과 서울민바랭이, 금강아지풀 등 자생식물 2종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
 서울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야고와 울산도깨비바늘 등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난대성 식물 15종도 발견됐다.
 공원녹지관리사업소 관계자는 "귀화종을 포함해 전체 출연 식물종이 크게 늘어났으나 아직은 생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식물 상호간의 관계를 통해 자연조절이 이뤄지면 전체 식물종류가 줄면서 안정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류의 경우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말똥가리, 오색딱따구리 등 30과 53종이 서식하고 있고 서울 근교에서 보기 힘든 족제비, 고슴도치, 고라니 등 포유류도 9과 11종이 확인됐다.
 양서·파충류에서는 환경부 지정 보호 야생동물인 맹꽁이를 비롯해 두꺼비, 쇠살모사 등 9과 13종이, 곤충류는 산제비나비 등 55과 241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의 공원내 난지연못에는 쇠백로, 중대백로, 물총새, 흰뺨검둥오리, 노랑할미새 등 조류가 수련, 애기부들, 꽃창포 등을 헤집고 다니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또 한때 쓰레기 침출수로 얼룩졌던 난지천에는 하루 5천t의 한강 원수가 공급되면서 해오라기 등 각종 여름 철새들이 즐겨 찾고 있다.
 억새, 띠, 초지로 조성된 하늘공원 상단에는 망초, 개망초, 서양벌노랑이 등 각종 귀화식물이 난지도 자연생태계의 개척자 역할을 하고 있다. 만개한 바위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의 꽃잎에는 호랑나비, 작은멋쟁이나비, 네발나비 등이 팔랑거린다.
 도시화, 산업화, 농약사용 등으로 시골에서 조차 찾아볼 수 없는 맹꽁이는 하늘공원 물웅덩이에 알까지 산란, 올챙리로 변태하고 있다.

 ◇야생동물 생태이동통로
 월드컵공원 일대에는 뱀이나 개구리 등 양서·파충류를 위한 이동통로가 조성돼 야생동물의 생명력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월드컵경기장 서쪽 도로 개설로 끊긴 인근 매봉산과 경기장내 녹지를 연결하는 녹지축을 지난 2001년 말께 조성한데 이어 난지도 제1매립지와 주변도로에 2002년 상반기 양서·파충류 이동통로를 개설했다.
 서울시는 월드컵공원내 노을공원(난지도 제1매립지) 경사면 140개소에 양서·파충류가 오르내릴 수 있는 통나무 경사로를 설치하고, 주변도로 12.4㎞의 U자형 배수로에는 덮개를 설치하는 등 양서·파충류를 위한 이동통로를 조성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물과 곤충의 이동통로를 확보,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이들 지역에 생태이동통로를 조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훈기자 jhpar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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