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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본 울산의 격동기]김태호 의원 “호남사람이 울산시장 돼서야” 발언 논란
6. 울산 최초 지역감정조장 기소사건
2014년 06월 16일 (월) 이재명 기자 jmlee@ksilbo.co.kr
   
 
  ▲ 1997년 7월 15일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뒤 처음 치러진 제2회 지방동시선거에서 지역감정조장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사진은 울산광역시 승격 기념식에 함께 선 김태호(왼쪽 네번째) 당시 한나라당 울산시지부장.  
 

1999년 5월 14일 울산지방법원 형사2부(재판장 이원규)는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 의원에 대한 1심 공판에서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의원은 제2회 지방동시선거(1998년 6월 4일)에 같은 당 소속으로 울산시장에 출마한 심완구 후보를 위해 “호남사람이 울산에서 시장이 돼서야 되겠느냐”는 등의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울산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에 의해 고발당해 기소된 상태였다. 그는 인천시장, 대통령비서실 정무제2수석비서관, 경기지사, 내무부장관을 거쳐 울산 중구에서 12·13·15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정치거물. 김 의원은 자신에게 선고된 형량이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될 위기를 맞게 됐다. 제1회 지방선거는 울산시가 경남도의 기초자치단체였기 때문에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으로서는 울산시장 선거를 사생결단의 선거전으로 치르고 있던 때였다.

심완구 후보 지지한 김태호 의원
송철호 후보와 격차 벌이기 위해
호남출신 감추는양 송 후보 비방
“이 나라는 호남공화국 되고있다”

울산지법 1심서 징역8월 집유1년
항소·상고심서 ‘사실적시’ 무죄
송 후보가 탄원서 써준것도 영향


대검은 김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진 날,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지역감정 조장사범으로 기소된 6건 중 5건이 유죄로 인정됐다”며 “재선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선거사범의 경우 소속 정당이나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선거법위반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울산시지부장으로서, 심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 예정이던 송철호 변호사에 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약 3~10%의 우세를 보이는데 그치자 전세 반전을 위해 지역감정 발언을 한 혐의를 받았다. 1998년 5월 17일 울산 올림피아호텔에서 한나라당 당원 300여명 및 울산지역 기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나라당 울주군수 및 광역의원 후보추대 대회’에서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 울주군수 및 광역의원 후보 예정자를 추대하고 울산시장 후보로 추대된 심완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송 후보의 원적지가 전북 익산인 사실에 착안해 이를 부각시킨 것이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울산 중구에 본인과 함께 출마한 모 변호사가 고향이 부산이라고 했는데 말소리를 들어보니 다르더라. 그래서 직원을 시켜서 원적을 확인해보니 전북 익산이더라…. 이 나라는 호남공화국이 되고 있다. 우리의 울산이 어떤 곳이냐. 울산에서 호남사람이 시장이 되어서 울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 

   
 

검찰은 이 연설내용이 송 후보가 호남 출신으로서 고향을 감추고 영남사람 행세를 하는 부도덕한 사람인 양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울산시장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송 후보를 비방했다고 공소장에서 밝혔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대해 김 의원측 변호인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변호인 측은 연설내용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의견 표현에 불과할 뿐 ‘사실의 적시’라고 할 수 없고, 송 후보가 고향을 속였다는 점을 그대로 지적하면서 공직후보자의 적격성에 대한 평가의견을 개진한 것이어서 ‘비방’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1심 공판기일에 5차례나 출석하지 않았고 범행을 뉘우치는 빛이 전혀 없으며 지역감정을 정치에 이용하는 풍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엄벌할 필요가 있다며 선고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맞받았다.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종찬)는 1999년 10월 14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김 의원에 대해 무죄 판결과 함께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 

   
▲ 울산 정치사에서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했다는 혐의로 처음 기소된 김태호 전 국회의원과 항소심·상고심 판결문.

항소심 재판부는 원적지 발언과 관련해 “후보자가 되는 송 변호사의 출생지에 관한 보고일 뿐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헐뜯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송 후보가 공직선거 과정에서 줄곧 적극적으로 자신의 출생지를 밝힌 만큼, 그러한 사실이 송 후보의 공직수행 능력이나 자질과 무관한 전혀 사적이거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사실적시에 의한 비방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호남공화국’이나 ‘울산에서 호남사람이 시장이 되어서 울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연설에 대해 “호남사람이 울산시장이 되는 것에 대한 김의원의 부정적인 평가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옳고 그르냐의 대상이 되는 ‘의견표현’일 뿐, 증거에 의해 사실이냐 허위냐 입증이 가능한 ‘사실적시’의 문제는 아니다”며 후보자비방죄의 구성요건이 되는 ‘사실의 적시’로 본 것은 잘못이라고 1심과 결론을 달리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선거운동에 있어서의 표현행위는 다른 언론활동의 경우보다 더 강한 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며, 선거운동에 즈음한 표현행위의 허부를 논하는데는 그러한 원칙과 관행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항소에 대해 비록 지역감정문제가 정치풍토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치유돼야 하고 정치에 이용하려는 풍토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상대 후보가 지역감정을 고려해 출생지를 속이고 있는데도, 이에 관해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하게 하고 그 진실을 공개하는 것조차 후보자비방죄로 처벌하는 것이 상당한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항소심 변호인은 안석태, 최병국, 장현태 변호사 등 3명이 맡았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서성, 주심 배기원)은 2000년 9월 5일 상고심에서 김의원에 대해 후보자비방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 판결은 결국 정당하다며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후보자를 비방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설이 선거과정에서 이뤄진 점에 비춰 상대 후보가 출신지를 속였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은 전체적으로 볼때 진실한 사실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최종 판단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결론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울산의 정치사에서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선거에서 심완구 후보에 패배한 송철호 변호사는 이 재판에 대해 아직도 무덤덤하다.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김 의원을 모시던 전수갑 사무국장이 탄원서를 써줄 수 있느냐며 간곡히 부탁하더군요. 흔쾌히 응했지요. 항소심 무죄 판결이 내려진 뒤 또 찾아왔더군요. 양주 한 병을 들고와서는 고맙다면서….”

송 변호사가 써준 탄원서는 항소심을 앞두고 재판부에 전달돼 김 의원 측 변호인은 이를 양형을 줄여달라는 근거로 삼기도 했다.

박철종 선임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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