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투자환경 변화와 금융시장의 변화를 볼 때 우리 경제가 일본의 1990년대 이후 장기침체 때와 닮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고 20일 밝혔다.
 박 총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 심포지엄 축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 총재의 이번 언급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해온 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박 총재는 우리 경제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수출호조가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내수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통화재정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정책들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재는 우리 경제가 저임금·고수익률 체제에서 고임금·저수익률 체제로, 고금리·고물가 구조는 저금리·저물가 구조로 바뀌고 있으며 인구증가율이 1%에도 훨씬 못미치고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9%에 달하면서 노동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임금·고지가·고물가로 대변되는 고비용구조가 고착화되고 사회적욕구마저 높아지면서 국내투자가 경쟁력을 잃어가자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가 제조업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박 총재는 밝혔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실물경제의 활력저하와 맞물려 자금수요가 감소하면서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도 시중유동성이 별로 늘지 않는 등 통화량이나 투자가 금리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화현상마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총재는 이와 같은 성장·투자환경의 전환과 금융시장의 변화를 두고 우리 경제가 일본의 1990년대 이후 장기침체 때와 닮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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