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상, 감독조합 감독상, 프로듀서조합 최우수상, 작가조합 각색상 등을 휩쓸었고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지명돼 다관왕을 노리고 있는 리안 감독의 신작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이 드디어 3월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사회적 편견 속에서 20년간 사랑을 이어가는 두 남자 에니스 델마(히스 레저)와 잭 트위스트(제이크 질렌할)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1963년 미국 와이오밍 주 로키산맥 자락에 위치한 산 브로크백 마운틴. 에니스는 약혼녀 알마(미셸 윌리엄스)와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 양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잭과 양떼를 돌보는 일을 하게 된다.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굳게 믿었던 이들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찾아왔다.

여름 한 철이 지나고 각자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 에니스와 잭은 각각 알마와 로린(앤 헤더웨이)이라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 돼 살아간다.

어느날 "너를 방문해도 되겠느냐?"는 잭의 엽서가 에니스에게 배달되고 이들은 4년 만에 재회한다. 또다시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에니스와 잭에게는 이제 가정은 안중에도 없다. 둘만이 관계에 몰입하는 사이 에니스의 아내 알마는 둘의 관계를 눈치채고, 로린은 남편의 애정이 떠났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영화 속 두 남자는 서로 사랑하지만 사랑에 대한 방식은 전혀 다르다. 에니스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책임감에 짓눌려 항상 자신의 열정을 억제하고 부정하며 고통스러워한다. 반면 결혼생활보다는 사랑이 우선인 잭은 둘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고 제안할 만큼 사회적 편견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1년에 두어 번 만나는 것이 고작인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에니스와 잭 이외에도 알마와 로린의 감정에 깊숙한 시선을 던진다. 남편과 잭의 관계를 알면서도 5년 간 속아주는 척하며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알마의 사랑은 사랑의 볼모가 된 여성의 처참함 그 자체다. 잭과의 사랑에 더 적극적이었던 로린도 남편의 마음이 떠난 것을 안 뒤 일에만 파묻혀 '돈벌레'로 전락한다.

리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인간 감정의 흐름과 인간관계의 미묘함을 예리하게 포착해 냈다. '와호장룡' 등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그는 대사보다는 배우의 표정과 행동에 더 큰 이야기를 담는다.

리안 감독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려내고 있는 감정이 진실하게 전해진다면, 배우들의 연기가 진실하다는 믿음을 얻을 수 있다면, 관객에게 어떤 감정이 일어난다면, (동성 간의 사랑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가슴 속을 들여다볼 때 선입견은 사라지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15세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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