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의 즐거운 연기는 정말 천부적이다. 이제 44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웃음을 주는 연기 또한 경륜이 붙었다. 예전의 화려한 개인기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소박하면서 경박하지 않은 웃음의 기술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뻔뻔한 딕&제인'은 한 마디로 유쾌한 영화다. 마지막 결론이 다소 황당할 지라도 보는 내내 짐 캐리의 다재다능한 면모에 즐겁게 빠져들 수 있다.

딕 하퍼(짐 캐리 분)는 유명한 IT 기업의 성실한 홍보맨. 회사에 몸바쳐 충성하는 그에게 회사는 드디어 별을 달아준다. 사랑하는 아내, 토끼같은 자식이 있는 딕은 이사가 되며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기쁨에 넘쳤다. 별 볼 일 없는 여행사를 다니던 아내 제인(테아 레오니)은 남편이 이사가 되자 호탕하게 전업주부를 선언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모든 게 하루 아침에 무너진다. 잭 회장은 전형적인 악덕 기업주였던 것. 부정 회계로 회사는 망하지만, 회장은 이미 살 길을 마련해 놓았다. 빠져나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른 딕과 제인이 선택한 길은 강도짓이다. 처음엔 장난감 물총도 주머니에서 빼지 못했던 딕은 점점 더 프로 강도가 돼간다. 딕과 제인은 우연히 만난 회사의 이사와 함께 회장을 옭아넣을 마지막 강도 행각을 벌인다.

부정 회계로 인한 회사의 파멸, 그에 따라 생활고에 시달려 범죄자가 돼가는 직장인들. 영화는 유쾌한 내용이 절대 될 수 없다. 이처럼 무거운 소재가 짐 캐리에 의해 코미디 영화가 된다는 것만 봐도 그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씁쓸해야 할 장면에서 오히려 웃음이 터져나오는 건 전적으로 짐 캐리와 짐 캐리도 웃겼다는 테아 레오니의 몫. 웃음을 주는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이 영화는 실제 미국에 큰 충격을 줬던 엔론 스캔들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엔론 스캔들은 미국 7대 기업에 속했던 에너지 그룹 엔론사가 2002년 분식회계로 655억 달러라는 세계 최대 규모로 파산한 후 수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 아침에 거리로 쫓겨난 사건이다.

영화는 결국 정직하고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만이 고통을 이겨낼 힘이 된다는 착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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