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리(檢丹里)는 웅촌면 법정동이며, 이 곳에 검단사(檢丹寺)가 있었으므로 검단이라 하였다. 궐곡(闕谷) 궐각단 골각단이란 지명이 있어 우시산국(于尸山國), 혹은 우화국(于火國)의 궁궐이 있었던 곳으로 보기도 한다. 곰각단(熊角丹) 또는 검각단(檢角丹)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옛 울산 땅은 우시산국이었다. 시(尸)를 "ㄹ" 발음으로 보면 우시산은 "울뫼"가 되어 "울산"이 된다. 우시산국의 도성을 검단 지방으로 보기도 하나 웅상면의 연혁에서는 은현리(銀峴里)로 보고 있다. 검단과 은현은 접경한 마을이며 다 검단분지 안에 있으므로 우시산국은 검단분지에 있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시산국은 〈삼국사기〉권44, 열전 거도(居道)조에 의하면 삼한시대 고마족(濊貊族)이 건설한 성읍국가이다. 탈해 이사금 때에 거도는 신라의 변방을 지키는 지방관으로 간(干)이라는 벼슬을 하고 있었다.

 그는 신라를 괴롭히는 이웃 우시산국(울산지방)과 거칠산국(동래지방)의 존재가 몹시 위협이 되므로 병탄할 계획을 세웠다. 해마다 한번씩 많은 말을 장토(張吐)벌판에 모아놓고 군사들로 하여금 말을 타고 달리며 놀게 했다. 사람들은 이 놀이를 "마숙"(馬叔)이라 불렀다.

 이렇게 몇 년을 되풀이하니 우시산국과 거칠산국 사람들은 마숙을 예사로운 연례행사 정도로 여기게 되어 경계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도 같은 놀이를 즐기기까지 했다. 어느 해 마숙놀이 때, 여느 때처럼 말을 타고 온갖 재주를 부리며 놀던 기병들이 갑자기 군사를 몰아 기습공격 하여 두 나라를 멸망시키고 말았다.

 호머의 대서사시 오딧세이에 트로이의 목마이야기가 있다. 그리스군의 총사령관 율리시즈는 커다란 목마를 만들어 그 뱃속에 용감한 무사들을 숨기고 밤사이에 트로이 성 밖에 갖다놓는다. 트로이성 시민들이 이 신기한 물체에 흥미를 보이며 호감을 가지게 되나 결국 목마동체에서 나온 군사들에 의해 성문이 열리고 모든 시민들은 학살을 당하고 성은 무너지고 만다.

 마상에서 온갖 기예(馬上才)를 부려 말의 몸체 어딘가에 몸을 숨겨서 기치(旗幟)와 창검이 번뜩이는 살벌한 적진으로 돌진하여 적장의 목을 베어올 수도 있다 한다. 거도는 뛰어난 마상곡예(馬戱)를 보며 박수치며 함께 흥겨워하던 우시산국과 거칠산국 사람들을 단숨에 제압해버렸다.

 유치한 간계지만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넋을 잃은 듯 홀려서 제대로 저의를 간파하지 못하고 경계심을 풀고 방심하다가 창졸간에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되는 점에서 서로 흡사하다.

 눈과 귀를 호리는 일에 몰입하다보면 자칫 우리의 판단이 흐려지는 수가 있다. 우리 눈앞에 행여 말놀이(語戱)가 전개되더라도 지혜로운 통찰력으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일은 마치 감춰진 보배를 찾는 것처럼 혜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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