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구미리(九味里)는 두동면 소재지가 있는 곳으로 농촌속의 도시적인 상권과 전형적인 시골의 이질적인 2개 문화권이 공존하는 곳이다. 하지만 두동면 소재지는 다른 면 소재지가 갖고 있는 금융, 치안, 행정, 유흥음식점 등을 다 갖추지는 못했다. 한우불고기단지로 널리 알려진 봉계리와 역할을 분담하다보니 상권이 매우 빈약하다.

 6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진 구미리는 면소재지가 위치한 대밀과 농촌마을인 양수정, 주원, 중리, 허지기, 당산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대정마을(대밀, 양수정, 주원)과 중산마을(중리, 허지기, 당산)의 2개 행정마을로 구분돼 각각의 이장이 업무를 맡아 있지만 대밀과 주원은 한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거리도 멀고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주원은 가까운 중산마을의 일부같기도 하다.

 양수정은 이제 이름만 남은 마을이 돼 버렸다. 대정천과 중산천이 한곳에 모이는 곳이라는데서 이름 붙여졌으며 대곡댐 수몰지역 최상류에 포함돼 지난해 이주가 완료됐다. 식당을 하던 박주식씨가 인근 두서면 신전리에 이주할 집을 다 짓지 못해 아직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조만간 이곳을 뜰 예정이다. 20여가구가 살다가 제각각 뿔뿔이 흩어졌다. 고향 언저리를 떠나지 않고 가까운 두동·두서면의 마을로 옮긴 사람들도 몇몇 있지만 대부분 멀리 떠났다.

 면소재지인 대밀은 대정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확한 지명은 대밀이다. 울주군내 면소재지 가운데 삼동면 소재지 사촌마을과 함께 가장 빈약한 상권을 가진 곳이다. 면사무소를 비롯해 두북농협 두동지소, 두동파출소, 우체국 등 관공서와 예비군 중대, 두동면민회관, 복지회관, 두동초등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밖에 식당 4곳, 다방 1곳, 공인중개소 2곳, 철물·건자재점 1곳, 중국음식점 1곳, 통닭집 1곳, 슈퍼마켓 5곳 등 구색은 거의 갖추고 있지만 장사가 잘되는 곳은 별로 없다.

 초등학교 앞에 문방구 겸 슈퍼마켓이 1곳 뿐이며 출입 인구수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인 다방이 1곳으로 인근 인보리와 봉계리에 각각 4~5곳씩 성업중인데 비하면 상권의 빈약성을 알 수 있다. 당구장이나 노래방은 1곳도 없다.

 최형식 대정마을 이장은 "봉계라는 상권이 인근에 있어 이곳에서의 장사가 시원찮다보니 외지인들이 들어와 장사를 하는 경우는 드문 실정이며 대부분 토박이들이 농사와 장사를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마을의 중리, 허지기, 당산과 주원은 대밀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치술령의 물줄기가 능선을 사이에 두고 형산강과 태화강으로 갈려 이 마을들을 지난다. 같은 물줄기 영향을 받아 비슷비슷한 분위속에 농사와 축산을 겸하는 것이 기본이다. 주원(周院)은 조선 초기 관영 객주가 있었던 곳으로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돼 있다. 경주최씨 집성촌으로 마을 어귀까지 대곡댐이 차 오를 예정이다. 허지기는 새로 도로가 뚫리기 전에 대밀에서 봉계장으로 넘어가던 길목으로 봉계장을 다녀오다가 이곳에만 이르면 "허기가 지는 곳"이라는 데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큰 당수나무가 마을 어귀를 지켜 이름지어진 당산은 당당선(이전리 당지~구미리 당산) 지방도가 지난해 개통되면서 산넘어 이웃인 칠조처럼 전원주택이 부쩍 늘고 있다. 10여가구 들어설 예정으로 짓고 있거나 입주를 마친 상태다. 당수나무는 20여년 전 마을을 지나는 도로가 새로 날때 베어져 지금은 흔적도 없다. 당수나무를 베고 난 뒤의 후환을 두려워 한 주민들을 설득한 사람들이 연탄가스 중독 등 사고가 잇따라 한때 소문이 무성하게 돌기도 했다.

 전진수 중산마을 이장은 "치술령자락이라는 명성에 공기 좋고 물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찾아드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중산마을 사람들은 낯선 이들을 꺼려하지 않을 만큼 동네 인심이 구수하다"고 말했다.

 중산마을은 장수촌으로도 이름나 있다. 마을 경로당에 가면 70대 "어린" 노인들에서부터 80~90대 노인이 수두룩 하다. 60대는 노인축에도 끼지 못한다. 지난해 100세를 꽉 채운 마을 최고어른의 초상을 치르기도 했다.

 중산마을에서 나는 쌀은 밥맛이 뛰어나다. 두북 황우쌀 이름에 가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전리와 마찬가지로 차진 토질에서 생산된 쌀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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