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구 남목1동과 3동에 걸쳐있는 마골산(麻骨山)은 높이 297m로 동구의 기운을 좌우하는 주산이다. 동구의 산과 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마골산은 산세가 아름다우면서 온 산이 흰 바위로 덮인 산이다. 이 산에 있는 크고 작은 바위에는 갖가지 이름이 붙여져 있다. 관일대를 비롯하여 투구바위, 송곳바위, 안장바위, 갑옷바위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갑옷바위는 남목에서 염포로 넘어가는 당(堂)고개에 있는 큰 바위이다.

 옛날 어느 장군이 남목에서 태어났다. 차차 자라면서 장군되기를 원하여 무과에 급제하였고 승진을 거듭하여 나라를 지키는 방패가 되어 수 많은 전투에 참여하였고, 마침내 나이가 들어 퇴역하기에 이르렀다.

 그 장군에게는 한 벌의 갑옷이 있었는데, 적과의 수많은 전투에서 그를 보호하여 주고 생명을 지켜주었던 보배 같은 물건이었다. 하루는 문득 이 갑옷을 이대로 두고 세상을 떠나면 후손들이 과연 이것을 길이 잘 보존하여 줄 것인가에 생각이 미치자 땅속에 묻어두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 장수는 인적이 드문 당고개로 가서 땅을 파고 갑옷을 묻은 뒤 큰 바위를 들어다 얹어놓았다.

 언젠가 나라에 위난이 닥쳤을 때 훌륭한 장수가 나와서 그 갑옷을 입기를 원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흘러 일제의 암흑기를 맞게 되었다. 그 때 왜인 한 사람이 이 갑옷바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강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당고개에 가서 갑옷을 끄집어내기 위해 큰 바위에 정을 대고 망치로 힘껏 내리쳤다. 그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청천벽력이 우르르릉 울리더니 머리 위에서는 번갯불이 번쩍거리고 소나기까지 퍼부었다. 그 왜인은 혼비백산 도망치고 말았다. 그 후 그 바위를 갑옷바위라 불렀는데, 그 갑옷의 주인공은 임진왜란 때의 남목 출신 의병장 망조당(望潮堂)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 바위는 고인들 같이 땅위에 큰 바위가 얹혀져 있다.

 갑옷의 형태는 시대별로 또 나라별로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주된 재료가 철(鐵)인 점은 같다. 그 당시의 제련기술은 지금과 달라 초라한 수준이었고 갑옷이라 해도 창이나 칼, 화살 같은 공격무기에 쉽게 뚫려 주인의 목숨을 잃게 했다.

 망조당은 비록 단벌의 갑옷이지만 수많은 전투에서 목숨을 건져준 생명의 은인과 같았기에 애지중지했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접근 못하도록 큰 바위 밑에 숨겨두었던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나라가 위경에 처했을 때 충성된 용감한 장군이 나와 그 갑옷이 요긴하게 쓰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불법도굴을 통해 무수히 많은 문화재를 가져간 왜인들이다. 이미 오랜 세월이 흘러 물리적으로는 이미 삭아서 못쓰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왜군과의 전투에서 수많은 상처와 피로 얼룩졌을 그 갑옷이 다시 왜인의 손에 파헤쳐진다는데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던 것 같다.

 오늘날 조상들의 유물이나 유전(遺傳)을 홀대하고 함부로 훼손하는 후손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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