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일찍이 박목월 시인은 경주를 술이 익어가는 고장이라고 했다. 초봄 경주 보문단지에서는 술이 익어가고, 갓 쪄낸 떡이 모락모락 열기를 토해내고 있다.

 지난 29일 개막한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 2003"이 경주 보문상가 일원에서 오는 3일까지 열린다. 이번으로 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올해부터 보문상가 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열리고 있다.

 개막 첫 날부터 행사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떡장사들의 "맛 보시고 사 가이소" 목소리가 이어지고 구경꾼들은 삼삼오오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일부 노인들은 나무 그늘 아래 자리 잡고 앉아 흥겨운 노래자락을 뽑아댄다. 터질듯한 벚꽃 봉우리와 만개한 목련꽃이 구경꾼들을 반기고 있다.

 떡 전시장은 보문상가 광장을 에워싸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일본 우사시의 떡과 술을 맛볼 수 있다. 일본 소주 한 잔을 권하면서 연신 "오이시"라고 말하는 일본인 판매원의 웃음이 정겹다. 중국 서안시와 일본 간자키정, 오바마시의 전시장은 텅 비어 있어 다소 아쉽다. 떡 전시장에서 인절미, 찹쌀떡 등 흔히 맛볼 수 있는 떡을 비롯해 두텁떡, 쇠머리떡, 흑미경단, 유자설기 등 평상시 접하기 어려운 떡 종류를 구경하고 맛 볼 수 있다.

 특히 광장에서 경주관광홍보관으로 가는 계단을 지나가다 보면 볼 수 있는 "전통다례시연장"이 눈에 띈다. 다전(달인 녹차)을 마실 수도 있고, 작은 연꽃 모양의 다과도 직접 만들 수 있다. 다과 재료는 콩가루와 꿀. 그 맛이 고소하면서도 달콤하다.

 광장 무대 옆 작은 공간에서는 널뛰기, 윷놀이, 투호놀이가 열리고 있다. 여성들은 널뛰기를, 아이들은 투호놀이를 좋아한다. 화살을 던지면서 운을 점치기도 한다.

 상황실 앞에서 벌어지는 투계대회도 구경꾼들의 발길을 잡는다.

 상황실 뒷길로 해서 조금만 올라가면 "제3회 신라도자기축제"가 열리고 있다. 직접 만든 생활도자기와 장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보통 5천원대에서 1만원대 정도. 비싼 것은 10만원을 넘기도 한다. 이 행사에 참가한지 3년째 된다는 한 판매상은 "판매보다 작가 알리기가 목적"이라고 했다.

 행사장 입구에서 보문호수 쪽으로 가는 길은 전통주를 판매·시음할 수 있는 전시장들이 줄지어 서 있다. 문배주를 파는 첫 전시장에서부터 시큼한 술 향기가 애주가들을 유혹한다. 특히 안동소주, 경주교동법주 전시장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개인 술잔을 준비해 돌아다니면서 시음을 하는 이들도 가끔 눈에 띈다.

 떡메치기 경연은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떡을 방문객에게 나누어 주는 등 행사를 재미있게 연출해 즐거운 놀이마당이 되고 있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면 물품보관소와 외국인 안내 부스, 보건소, 파출소 등이 보인다. 물품보관소에서는 유모차를 무료로 빌려주기도 한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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