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울산의 문화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것은 울산시의 암각화관광자원화사업. 이 계획은 이미 99년 말부터 진행되었으나 울산시가 올해 하반기들어 반구대 암각화로 들어가는 진입로의 확장을 발표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갑자기 거세어지기 시작, 지역사회의 "시끄러운" 문제로 대두됐다.

 울산시는 지난 99년 이 계획을 수립하면서 반구대와 천전리 사이를 선사문화체험공원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공모를 통해 반구대~천전리 일대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키는 관광자원화사업계획안이 시민들에게 알려지자 문화재와 자연환경의 훼손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됐다.

 울산시는 이에 따라 암각화관광자원화 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반구대 진입로 확장, 선사문화전시관 설립, 원시문화산책로 조성 등 3가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반구대 암각화 진입로 확·포장공사 설계를 완료했고 지난 6월에는 전시관과 산책로 조성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의뢰했다. 현재까지 예산도 당초·제1회 추경·제2회 추경예산으로 통해 50억원(국비 36억5천만원, 시비 13억5천만원)을 확보했다.

 반구대 진입로 확장사업은 반구대암각화를 향해 들어가는 국도 35호선에서 반구교까지(2.33㎞) 너비 3.5m의 농어촌 도로를 차량교행이 가능한 8m 도로로 확·포장하며 반구교 부근에 차량 7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울산시가 이러한 정책을 진행시켜 나가는 중 바른역사찾기모임 이재호 대표가 반구대 진입도로 확장은 반구대와 천전리 유적을 훼손하는 지름길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나서면서 지난 7월 반구대사랑시민연대(반사연)를 결성, 본격적으로 울산시의 암각화관광자원화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와함께 7월4일 울산시암각화관광자원화사업의 자문위원들 중 문화재 관련 학자 7명이 사퇴하면서 반사연을 지지하고 나서 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아울러 반사연은 한국암각화학회 등 역사학 관련 학회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울산과 서울에서 반대기자회견을 갖는 한편 서명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일부 신문과 방송이 이들의 의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반대의 열기가 가열되기 시작했고 울산시는 이에 적극 대응하고 나서면서 당초 계획대로 반구대진입로확장공사를 진행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도로확장과 주차장 설립 지점이 반구대 암각화까지 1㎞나 떨어져 있고 반구교부터 암각화유적까지 4㎞는 도보로 탐방하도록 하며 진입로도 일직선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3.5m도로의 선형을 그대로 유지, 자연훼손을 최소화한다"며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의 반대는 일반 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반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까지 설계 및 보상을 완료하고 공사에 들어가 내년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이 도로개설 계획부지에서 역사유적이 발견되면서 도로개설문제는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는 상태다.

 선사문화전시관은 암각화와 각석의 다양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암각화 위주의 특수전시관으로 1층 400평 규모다. 위치는 반구교 건너편으로 울산시는 유적지와 약 1㎞ 정도 떨어져 있어 문화재 훼손이 없고 탐방객의 진입 방향상 중간에 위치한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시문화산책로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연결하는 기존 소로를 자연친화형 문화탐방로로 정비하는 것. 이 산책로에는 암각화 맞은 편에 목조로 설명데크를, 늪지대에 목조로 관찰데크를 설치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선사문화전시관과 원시문화산책로도 올해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보상을 시작, 내년까지 보상을 완료한 뒤 공사에 들어가 2003년 완료할 계획이다.

 반사연 이재호씨는 "문화유적지에 대형차량이 들어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문화재 훼손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진입로 확·포장공사를 반대하는 한편 "반구대와 천전리가 있는 대곡천을 사적 또는 명승지로 지정하여 문화·역사·자연사 종합박물관으로 보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반구대 진입로를 확·포장할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장애인 등 극히 일부 차량만 통행하도록 하고 아예 차량통행을 제한한 뒤 천전리 인근에 주차장을 만들어 천전리에서 반구대까지 원시문화산책로로 걸어다니도록 해야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선사문화전시관은 짓되 천전리 또는 국도 35호선 인근 반구대진입로 부근에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울산시는 지난 10월 9천900만원을 들여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회(회장 김수진)에 반구대암각화보존대책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 용역의뢰안에 따르면 암각화의 훼손상태와 훼손요인을 찾아 보존처리방안을 연구하고 침수방지를 위한 사연댐 운영방안과 유로변경 등의 7개 과제를 10개월안에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9천900만원의 예산으로 그 만큼 많은 결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형식적인 보존대책에 그칠 우려가 있으며 또한 진입로 확장공사가 반구대 암각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채 진입로 확장공사와 암각화보존대책을 별개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같은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암각화관광자원화계획의 강행의지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어 내년에는 도로확장과 전시관 건립, 산책로 개설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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