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바위는 영남알프스 연봉 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 가지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큰 바위다. 비구니 도량으로 이름난 석남사 뒤쪽에 있는 이 쌀바위는 우뚝하게 솟은 바위 산으로 옆으로도 넓고 편편한 바위를 거느리고 있다. 한눈에 범상한 바위는 아니다. 이 쌀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내려 오고 있다. ▲옛날 한 수도승이 이 바위 아래서 수도를 하고 있었는데 바위 틈에서는 신기하게도 하루에 한 사람의 식량이 될만한 량의 쌀이 나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욕심 많은 이 스님은 바위 틈새로 조금씩 나오는 쌀이 늘 마음에 차지 않아 바위 틈새를 넓히기 시작했다. 쌀 나오는 구멍이 비좁아 쌀이 적게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위 틈새를 넓히고 쌀 나오는 구멍을 넓히자 그나마 조금씩 나오던 쌀이 그만 나오지 않게 되었다. 하루 한사람이 겨우 끼니를 이어 갈수 있는 그 쌀이 다시 나오지 않게 되자 스님은 크게 후회했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쌀은 주식 이라는 개념 이외에도 정신영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더 크다고 본다. 그래서 모든 재물의 기준을 화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금이나 쌀로 그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다. 집집마다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성주단지를 보면 쌀에 대한 의미는 분명 식량 이외의 무엇이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런데 풍년을 예고하고 있는 올해 쌀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창고마다 가득 쌓인 쌀로 더 이상 수매해 쌓아둘 공간이 없는데다 값마져 폭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농민들은 논에 누렇게 익은 벼를 그대로 갈아 엎거나 추수한 벼를 불태우며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바는 아니지만 어쩌다 우리가 풍년을 달가와 하지 않은 시대에 살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쌀문제는 우리에게 분명 경제논리 이외에도 설명할수 없는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고장에는 쌀바위 전설이 있고 그것이 교훈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 쌀바위에는 바위 틈새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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