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접근시, 갈까? 말까?
판단의 곤란 겪는 ‘딜레마존’
고민스러울땐 “가지 말아야”

▲ 김종후 도로교통공단 울산경남지부 교수

최근 SNS를 타고 스마트폰에 들어 온 수많은 정보 중에 어느 대학교수가 제시한 글과 텔레비전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일명 ‘꽃할배 구야형’이라 불리는 연예인이 했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라’는 내용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무엇에 대한 선택이고, 올바른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것인데, 고민해야 하는 순간들에 대해 인생의 경륜이 묻어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되기에 인생의 후배가 되는 입장에서 더 공감이 간다. ‘~하라’는 해도 고민이고 하지 않아도 여전히 고민이 생길 거라면 해보고 나서 고민하더라도 시도해보라는 도전의 긍정적 의미가 있다. 반대로 ‘~먹지 마라, ~사지 마라’는 의미는 당장에는 고민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실행했을 때보다 실행하지 않았을 때 더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라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운전 중에 일부 운전자는 교차로 주변에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지나가려는 긍정적(?)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교차로는 종횡의 방향으로 교통이 교차하는 곳으로 다른 장소에 비해 차량의 통행이 빈번 하고 보행자 통행도 많기 때문에 자칫 사소한 실수도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곳인데도 말이다. 원래 교차로에서 황색신호가 켜졌을 때 자동차가 이미 교차로 내에 진입해 있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교차로를 빠져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반드시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운전자들 중에는 황색신호를 정지신호의 시작으로 보지 않고 진행신호의 연장으로 이해하고 무리하게 교차로를 통과하다가 종종 교통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2013년 기준으로 연간 약 22만 건이 발생했는데 교차로 또는 교차로 부근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전체교통사고에서 사고건수는 43%, 사망자는 27%, 부상자는 45%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교차로 통행방법이나 주의 운전이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황색등이 켜져 있는데도 과속으로 통과하려는 차량들 때문에 더 아찔할 때가 많다. 따라서 교차로 또는 교차로 부근에서는 사고의 위험이 많은 만큼 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곳은 갈까 말까 망설이게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교차로 주변의 딜레마 존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딜레마 존(Dilemma-zone)이란 교차로에 접근하던 중 신호가 좌회전이거나 직진방향의 진행신호에서 황색신호로 바뀌게 되면 운전자는 순간 통과를 해야 할지, 정지를 해야 할지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를 겪게 되는데 이렇게 순간적으로 운전자를 고민하게 하는 구간을 말한다.

딜레마 존은 교차로 접근시의 자동차의 속도에 따라 구간이 달라질 수 있다. 자동차의 속도를 높일수록 그 구간이 길어지고, 속도를 낮출수록 그 구간이 짧아지거나 운전방법에 따라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운전자가 딜레마 구간을 무시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주행하다가 교차로를 통과하기 위해 더욱 가속을 하는 과정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결국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전하게 교차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딜레마-존에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데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만나지 않기 위해서 운전자는 교차로에 접근할 때, 갈까? 말까? 판단의 곤란을 겪게 되는 딜레마 존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호가 바뀔 것을 대비해서 처음에는 가속페달에 힘을 주지 않도록 발을 뗀 상태로 주행하다가 교차로에 더 가까이 접근했을 때는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겨 2~3회 정도 밟아 속도를 더 낮추어야 황색신호로 바뀌었을 때 멈추는 것이 가능해진다.

교차로의 정지선 부근에서 운전자를 고민하게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 약 3초간의 딜레마 존(Dilemma zone)에서 ‘갈까? 말까?’ 고민스러울 때는 ‘가라’가 아니라 ‘가지 마라’가 현명한 결정이다. 더 바람직한 선택은 딜레마 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김종후 도로교통공단 울산경남지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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