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 박형진 전문의가 동상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최근 울산의 최저 기온이 ­8℃ 아래로 내려가는 등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하고 있다. 누구든 이런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서 피부가 얼얼해지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증상을 오래 방치하면 피부 속 혈관뿐 아니라 신경까지 손상, 괴사되는 동상(凍傷)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동상의 초기 증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안전한지 알아보자.

외출시 모자·마스크·장갑 필수
헐렁한 옷 겹쳐입는게 보온 도움
동상 부위에 열 가하면 화상 위험
병원 도착때까지 마사지도 금지

◇장시간 추위 노출 동상 위험 높아져

직장인 김모(38)씨는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산천어 축제에 다녀왔다. 추운 날씨를 대비해 채비를 단단히 하고 출발했지만 장시간 피부가 외부에 노출되면서 김씨의 5살 난 아들의 얼굴이 불긋불긋해지고 가려움증을 호소했다. 다음 날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김씨는 아들이 동창(凍瘡)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병원에서 소독을 받고 휴식을 취하면서 증상이 완화됐다.

이처럼 동상의 전 단계인 동창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동상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은 중심 열을 잃지 않기 위해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키는 것으로 추위에 반응한다. 이때 신체의 끝부분, 즉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따뜻한 혈액이 가지 못할 경우 말단부위 조직이 얼게 되는데 이것을 동상이라고 한다. 이 경우 표면만 손상될 수도 있고 깊은 조직의 손상이 올 수도 있는데, 경증인 경우는 회복이 잘 되지만 심한 손상은 영구적인 조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동상의 임상증상은 추운 환경에 노출된 정도를 반영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손상부위의 감각저하로 환자의 75% 이상이 겪는다. 경증의 동상은 얼음결정의 생성 및 조직의 손실이 없는 표피층의 냉동 손상인데, 혈관의 수축으로 인해 피부의 색깔이 창백해지고 손상부위의 불편감을 유발한다. 재가온을 하면 증상은 호전되고 조직의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심한 통증은 조직에 혈류가 다시 돌면서 나타나고 둔하고 지속적인 통증이 48~72시간에 걸쳐 고동치고 쑤시는 양상의 통증으로 변해간다. 이러한 통증은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 그 외에도 동상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차갑고 창백한 손상부위, 감각저하 혹은 저린듯 한 증상,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현상, 수포의 발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박형진 서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국내에서는 드문 사례지만 동상이 악화됐을 경우 해당부위의 염증이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절단을 해야한다”며 “어린아이와 노인은 체온을 보존하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똑같은 환경에 노출되더라도 동상에 걸릴 확률이 성인에 비해 높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상 예방과 대처방법

비교적 기온이 따뜻한 울산의 경우 동상 환자가 발생하는 비중이 높지 않지만 겨울철 외부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주의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 전문의는 “농사를 짓는 농부, 조선업 등 바닷바람에 노출되는 중공업 종사자 등이 환경적으로 동상에 걸릴 위험이 높다”며 “추운 날씨에 장시간 물과 접촉하는 것도 위험하다. 건설현장에서 똑같이 일하는 사람이라도 물에 젖은 장갑을 끼고 작업을 한다면 동상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동상의 진단은 특별한 검사가 필요치 않다. 환자의 증상과 증후, 추위에의 노출력으로 추정 진단할 수 있다.

치료의 목적은 더 이상의 조직 손상을 방지하는데 있다.

만일 동상에 걸려 오랫동안 걸어야 하거나 추위에서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은신처에 도달할 때까지 환부를 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병원에 가기 전까지는 손상 부위를 절대 마사지하거나 비비지 말고, 핫팩이나 난로 등으로 열을 가해서도 안 된다. 동상이 생긴 부위는 감각이 둔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뜨거움을 잘 못 느껴 화상을 입어도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장갑, 반지, 신발은 조심스럽게 벗긴다. 환자를 따스한 환경에 두도록 하고 발이 손상된 경우에는 걷게 하지 말고, 들것으로 이동시킨다. 이송 중에는 환부를 담요 등으로 덮어서 추위로부터 보호해준다.

동상의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운 외부환경으로부터 노출된 신체의 보호다. 한파특보 등 기상예보가 있는 경우 무리한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보온효과를 갖는 모자, 귀마개, 마스크, 목도리, 장갑 등의 의복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섭취와 더불어 두꺼운 옷 한벌 보다는 약간 헐렁한 옷을 여러 겹 입어 보온력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 너무 조이는 장갑이나 신발은 오히려 혈류 순환에 장애를 일으켜 동상을 더 잘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박 전문의는 “가벼운 동창은 울산에서도 흔히 발견되는데,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치료가 된다”며 “하지만 동상의 초기증상일 수 있는 사지 말단의 감각 둔해짐, 움직임 불편, 창백해짐 등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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