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전 대곡천 모습 생생

▲ 그림은 겸재 정선의 화첩인 <교남명승첩> 속 ‘언양 반구대’. 정선의 나이 40~50대 때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선 화첩 <교남명승첩>서 첫 발견된 ‘반구’ 그림보다 20여년 앞서 그려진 것 추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대곡천’을 그린, 조선시대 선비이자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또다른 그림이 발견됐다.

이달희(울산대 교수) 반구대포럼 상임대표는 2008년 처음 알려진 겸재 정선의 작품 ‘반구’(盤龜) 외에 그의 화첩으로 알려진 <교남명승첩>(嶠南名勝帖) 속에 ‘언양 반구대’(彦陽 盤龜臺)라고 적힌 그림 한 점이 더 존재한다고 19일 밝혔다.

교남명승첩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화첩 전체가 공개된 적은 없다. 상하 2권 58폭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림 한 장의 크기는 가로 26㎝, 세로 38㎝이다. 영남지방 34개 지역 58개 명소가 1권(30폭)과 2권(28폭)으로 나눠져 있으며 그 외 제발(題跋·제사와 발문)이 수록돼 있다.

‘언양 반구대’는 이 화첩의 1권 23면에 실려 있다. 그림이 그려진 시기는 겸재 정선이 40대 후반 경상도 하양(지금의 경산) 현감, 50대 후반 청하(지금의 포항) 현감을 지낼 당시 반구대를 직접 방문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 그림은 ‘반구’로 정선의 나이 70세 전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반구’는 정선이 70세 전후에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추정대로라면 그 보다 20년 이상 앞서 그려진 것이 된다.

‘언양 반구대’ 속 겸재의 시선은 지금의 반고서원 주변에서 현 울산암각화박물관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몽주를 비롯해 수많은 시인 묵객이 다녀간 반구대 너럭바위 위에는 갓을 쓴 선비들이 앉아있다. 그 아래 여러 채의 가옥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물길 건너 오른쪽에는 집청정으로 추정되는 정자도 묘사돼 있다. 기존의 ‘반구’ 그림은 이와 정반대로 집청정에서 반구대 암각화 방향으로 바라보고 그렸다.

‘언양 반구대’는 지난 1996년 간송미술관 개관 25주년 기념전(진경시대전)에서 딱 한 번 일반에게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 모 중앙일간지는 100여 점의 전시작품 중 이 그림을 대표작품으로 게재했다. 이후 지금까지 이 그림이 부각된 사례는 없다.

일각에서는 공개 이후 낙관이 없는 교남명승첩에 대해 제작 시기와 작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화첩에 대해 겸재 정선의 50대 작품이자 진작이라 밝혔다. 이후 윤진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왕실문헌연구실장은 겸재 정선이 아닌, 정선의 손자 정황(1739~1800)의 화첩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달희 상임대표는 “250여년 전 대곡천 반구대 모습을 상세히 묘사한 그림이 또 한점 조명된 데 의의가 있다. 대곡천의 반구대암각화, 천전리암각화와 함께 대곡천 문화유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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