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거제·군산 공장 폐업 속출…식당·원룸 매출 ‘반토막’

‘일감 수주 절벽’ 직격탄을 맞은 국내 조선산업 주요 밀집지역이 한겨울 추위보다 더 무서운 불황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근로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울산, 경남 거제, 전북 군산지역의 상가, 식당, 원룸은 찾는 발길이 뚝 끊겨 매우 을씨년스럽기만하다. 과연 예전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대한민국 조선산업 중심지’ 울산 동구.

상인과 주민들은 “설 특수가 다 무엇이냐”며 울상을 지으면서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1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3만9천명 정도에서 같은해 11월 말 2만7천여명으로 줄었다.

현대미포조선도 같은 기간 8천300여명이던 협력업체 근로자가 6천500여명으로 감소했다.

동구 남목동이 고향인 김모(55)씨는 “이렇게 경기가 얼어붙은 적은 없었다. 설 명절은 고사하고 더 어려워질 경기가 큰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구조조정과 경기침체로 실직한 근로자들이 빠져나가 인근 조선소 식당가의 매출은 반 토막이 됐다.

현대중공업 인근의 한 식당 업주는 “예전에는 연말연시면 저녁 회식손님이 많았는데, 이젠 회식은커녕 점심시간에도 회사 밖에서 식사하는 근로자도 거의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조선소 코앞에 있는 월봉시장은 설 대목을 앞두었는데도 상가 100여곳 가운데 20∼30곳이 문을 닫은 상태다.

주택 시장도 얼어붙어 동구지역 원룸 공실률은 30%에 달한다.

조선업 일감이 없어 떠나거나 경영 위기로 문 닫는 사내협력업체가 늘면서 원룸에 산 근로자들이 떠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있는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의 상황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2년여 전까지는 조선업 종사자, 국가·지방산업단지 근로자, 건설근로자로 붐벼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 식당, 술집, 유흥업소는 손님이 끊겨 썰렁하기만 하다.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김인성(48)씨는 “잘 될 때는 하루에 100만원 정도의 매출도 올렸는데 지금은 30만원을 벌기 힘들다”며 오식도를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 마리에 1만2천원인 통닭마저도 잘 팔리지 않아 한 치킨집은 자진해 문을 닫았다.

조선소 근로자와 일용직이 많이 살던 원룸촌은 밤이면 불 꺼진 집이 더 많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총 550채 정도인 일대 원룸의 공실률은 50% 정도에 이르고, 한때 40만원에도 구하기 어렵던 원룸의 한달 임대료도 20만∼25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한 부동산 업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군산조선소 직원들이 빠져나가고 새로 짓는 공장마저 없어 원룸을 찾는 사람은 하루에 겨우 한 명이나 오면 다행”이라며 “6월이면 마지막 남은 인력마저 철수한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근로자들이 1천원으로 즐기는 ‘인형 뽑기’기계가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지만, 그마저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군산조선소는 지난해 초 직원 760명, 사내외협력업체(86개) 직원 5천250명이 일했지만 12월 말까지 20개 업체가 폐업하고 1천351명이 실직했다.

하청업체에서 3년간 일하다 지난달 실직한 홍모(27)씨는 함께 일하던 직원 20여명이 한두 명씩 스스로 나갔고, 자신도 지난달 회사가 경영난으로 문 닫아 퇴직금도 못 받은 채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군산조선소 도크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오는 6월 군산은 물론 전북 경제가 크게 휘청거릴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경남 거제시 경제에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일감 부족과 구조조정으로 많은 인력이 떠나면서 원룸 공실률은 30%까지 올랐고 월세는 5만∼10만원이 내렸다.

거제 장승포에서 횟집을 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여름 콜레라 파동에 이어 조선업 불황으로 손님이 뚝 끊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임금채불도 크게 늘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거제, 통영, 고성지역의 체불임금은 543억원이나 된다.

이는 2015년 한해 219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거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조선 수주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지역경제가 지속해서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일만 울산 동구 경제진흥과장은 “얼어붙은 지역 경기를 되살리고 조선업 근로자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려면 조선사가 하루빨리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