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등…정부 “검역·검사 철저하게”

▲ 지난 2015년 동물용의약품 성분(엔로플록사신 등)이 검출됨에 따라 유통 중단 및 회수 조치된 중국산 '난백분'(흰자분말). 연합뉴스

‘계란 대란’으로 국산 계란 가격이 치솟자 계란 소비가 많은 식품 업체들이 수입 계란 가공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수급 안정 차원에서 수입 허용 계란 가공품목 수가 늘어난 반면 검역·검사 기간은 크게 줄었기 때문에, 안전성 검증에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계란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난 4일 이후 ‘무관세’ 혜택을 받고 수입된 계란 가공품은 모두 232.3t이다.

품목별 수입현황을 보면 난황냉동 90.6t, 전란건조 62.4t, 난백분 54.2t, 난황건조 24.7t, 전란냉동 0.4t 등이다.

‘전란’은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 전체를, ‘난황’은 노른자를, ‘난백’은 흰자를 의미한다.

또 가공방법에 따라 ‘전란건조’·‘난황건조’ 등은 계란을 가루 형태로 말린 것, ‘전란냉동’·‘난황냉동’ 등은 가열살균 후 얼린 것이다. 이런 계란 가공품은 빵이나 과자, 케이크, 마요네즈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번 계란 대란 사태 이전에는 국산 계란의 품질이 좋고 가격도 낮은 편이어서 계란 가공품 수입량이 많지 않았다는 게 식품산업협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AI 발생 이후 계란값이 치솟자 정부는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존 8~30%였던 주요 계란 가공품(8개 품목)에 대해 6월까지 할당 관세를 적용, 관세를 없앴다.

할당 관세란 국내 가격 안정이나 산업경쟁력 강화 등의 목적으로 일정 물량에 한해 기존보다 낮은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신속한 수입을 위해 최장 18일가량 걸리던 검역·검사 기간도 8일로 단축했고, 미국·태국·유럽 등 외국산 계란 가공품의 수입허용 품목 수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이런 지원 속에 국내가공업체 상당수가 계란 가공품 수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산업협회는 이달 말까지 계란 가공품 350t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AI가 발생하지 않은 나라의 계란만 들여올 수 있는 신선란과 달리, 계란 가공품의 경우 수입위생요건만 체결됐다면 AI 발생국의 것이라도 수입할 수 있다. 오염원이 묻을 확률이 높은 계란 껍데기가 제거된 상태인 데다 가공 과정에서 가열 등 살균처리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신선란과 달리 계란 가공품은 항공운송비가 따로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으로부터 선박을 통해 대거 수입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에 국내에 창궐한 H5N6형 AI의 진원지인 데다, 이미 과거 계란 가공품에서 문제가 불거진 적도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앞서 2008년에는 ‘멜라민 파동’을 일으킨 중국산 계란 분말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수입돼 파문이 일었고, 2015년 중국산 난백건조에서 동물용 의약품 성분이 검출돼 회수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중국산 수입을 검토하는 업체들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중국산 계란 가공품을 수입할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계열사는 “미국산과 중국산을 수입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당장 제품 제조에 사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AI 장기화와 추후 재고소진을 걱정해 수입해두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 업체도 구체적 중국산 수입 물량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제빵업체 관계자는 “같은 가공품이라도 얼마나 신선한 계란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재료 배합이나 식감 등에 차이가 있다”며 “비용만 따지면 중국이나 동남아산이 더 싸지만, 솔직히 품질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계란 가공품은 주로 대기업에 납품되는 물량이 많아 문제가 터지면 그야말로 회사가 망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수입을 문의하는 업체들도 안전성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우려와 관련, 정부는 “엄격한 검역·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입위생요건에 고시된 국가라도 반드시 위생평가 등을 통해 우리 당국의 승인을 받은 현지 수출 작업장을 통해서만 가공품이 들어올 수 있다”며 “신선 계란과 마찬가지로 가공품도 검역, 검사가 동시에 진행돼 문제가 없는 제품만 통관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긴급한 상황을 고려해 검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하겠다는 것일 뿐, 검사 자체는 철저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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