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일 굿모닝병원 신경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관절염·정맥류 등과 유사한 증상
가만히 있거나 밤 되면 통증 악화
철분·도파민 부족과 밀접한 연관
피검사로 판별 가능…약물로 치료
증상 완화·수면장애 개선이 목표
잠자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도움

여름이 되면 수면 장애 때문에 쉽게 잠을 못 이루는 이들이 많아진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25도 이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열대야 현상이 늘어나고 있어 특히나 잠을 이룰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여러 수면 장애 요인 중 하나인 하지불안 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은 다리의 불편한 느낌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되고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4~7.5% 정도가 겪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으로 분류되는 하지불안 증후군에 대해 알아보았다.

◇낮보다는 저녁이나 밤에 증상 심해져

하지불안 증후군은 다리의 불편감이나 고통스러운 느낌, 저림과 함께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특징이다.

다리의 불편감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저린감, 무거운 증상 이외에도 딱히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불편감을 호소한다. 다리뿐만 아니라 팔이나 어깨, 체간 등 다양한 위치에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가만히 있으면 심해지고, 다리를 움직이면 줄어든다. 주로 저녁이나 밤에 심해진다. 특히 밤에 잘 때 증상이 악화돼 수면을 방해하고,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불안 증후군은 철분 대사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계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 황선일 굿모닝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의 도파민이 뇌의 특정 부위에서 감소돼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도파민 투여로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며 “철분 결핍은 도파민 기능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임신, 말기 신장 질환, 빈혈 등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체내의 도파민과 철분량은 일주기 리듬에 따라 변하는데, 밤에 이러한 수치가 저하되면서 야간에 증상이 심해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사한 증상의 다른 질병과 구분해야

하지불안 증후군의 진단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바탕으로 한다. ISCD-3, IRLS 등 국제적인 진단기준이 마련돼 있으며, 진단기중의 항목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있다. 일반적으로 다리가 불편하거나 불쾌한 느낌이 동반된다. 다리와 함께 팔 또는 다른 신체부위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둘째,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쉬고 있거나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동안에 악화된다.

셋째,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움직임에 의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완화된다.

넷째, 증상이 낮보다 저녁이나 밤에 악화되거나 밤에만 발생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면 하지불안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유사한 증상으로 보일 수 있는 다른 질병들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자세가 특별히 더 불편하거나 관절염, 하지 부종, 정맥류, 말초 허혈, 다리경련 등이 하지불안 증후군과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잠자리 환경 조성하는게 도움돼

증상이 의심된다면 이차적인 다른 질병에 의한 하지불안 증후군을 감별하고, 치료방침을 결정하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피검사를 통해 철분 수치, 즉 혈중 헤모글로빈, 철, 페리틴을 확인한다. 이어 철분 상태를 평가하고 당뇨나 신장 기능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다. 빈혈 소견이 관찰된다면 빈혈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위장관 내시경 등 다른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요추부의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증 등의 척추 질환의 합병과 말초 신경병증을 감별하기 위해 다양한 영상 검사 및 신경전도, 근전도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황 전문의는 “환자들은 보통 수면 장애 혹은 불편한 느낌 자체로 힘들어 하는데 치료는 이러한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먼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알코올이나 약물들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이를 피하도록 유도하며 좋은 잠자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자리 환경을 시원하게 하고 샤워나 족욕, 스트레칭, 마시지 등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은 도파민 계열 약물이다. 최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도파민 작용제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흔히 사용되고 있다. 약을 서서히 늘려 적정 용량으로 유지하며, 효과가 없거나 다른 증상 유무에 따라서 벤조디아제핀 및 항경련제 계열의 약을 선택해 치료한다. 또한 빈혈이 동반된 경우나 철 결핍이 의심되는 상황에는 철분제를 경구 및 주사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황 전문의는 “하지불안 증후군은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이며 더러는 비전형적인 형태로 진단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면 간단한 문진만으로도 진단 후 치료할 수 있다”며 “또 비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하지의 잘 설명되지 않는 불편함이 반복된다면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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