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기억장애

▲ 김지영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치매는 뇌 질환으로 인해서 인지기능이 저하돼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인지기능에는 기억력, 판단력, 집중력, 언어능력, 시공간지각력 등 많은 기능이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치매에서 가장 흔하게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기억력의 감소다. 기억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뇌 질환은 매우 다양하지만 노인들에게 서서히 나타나는 기억장애의 대부분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우가 많다. 치매로 인한 기억장애의 증상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건망증은 나이 불문한 일시적 증상
뇌질환 탓에 나타나는 치매와 차이
알츠하이머병·뇌혈관 질환 주요인
알츠하이머 환자 가족 위험성 3~4배
혈관성치매 갑작스레 악화되기 쉬워
글쓰기 등 두뇌활동 치매예방 도움
매일 30분 이상 가벼운 걷기도 좋아

◇건망증과 치매로 인한 기억장애 구분해야

기억력 감소는 뇌에 이상이 없이도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경우, 우울, 딴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 등에서 나타난다. 이것을 일반적으로 건망증이라고 부르는데, 나이가 들면 일부 기억력이 조금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타나는 건망증과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서의 기억장애는 쉽게 구분되지 않지만 전문가의 진료와 인지기능평가로 구분 가능하다.

건망증은 나이에 관계없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치매는 병리현상으로 뇌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김지영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건망증의 경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즉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내용을 주로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비교적 잘 기억하고 있으며, 누군가로부터 관련된 내용을 들으면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또 본인이 기억력이 떨어진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인지기능 저하가 전형적인 정상의 범위를 벗어나 임상적으로 치매의 진단에 합당하기 전까지의 과도기적 상태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노화에 의한 기억력 장애가 있으나 그 외의 다른 인지기능은 상대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는 경우가 경도인지장애다. 치매의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향후 수년 안에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80%가 6년 안에 치매 증상을 보이며, 결과적으로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정상 노인군에 비해 매우 높은 치매의 발생률을 보인다.

◇가족 중 알츠하이머병 환자 있으면 위험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기억장애는 알고있는 기억이 없어지는 것보다 새로운 기억이 뇌에 들어가지 못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예전의 기억은 잘 유지하고 있으나, 어제 또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뇌에 저장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기억을 되살리려고 이야기를 해도 일단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을 되살릴 수 없다.

치매의 원인에는 수십 가지 질환이 있고 그중 일부는 완치 가능한 것도 있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모든 치매 환자의 10% 가량은 완치가 가능하고, 30% 정도에서는 치매의 진행을 상당히 지연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완치가 가능한 치매의 위험 요인에는 우울증, 정상뇌압 수두증, 뇌종양, 비타민 B12 결핍, 엽산 결핍, 다양한 내분비 호르몬 불균형 등이 있다. 유발하는 질환들 중에서 많은 질환들은 예방이 가능하고, 발병해도 초기에 잘 치료하면 인지기능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퇴행성뇌질환은 그 발생 원인을 모르고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불가능하며 치료도 어렵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도 이러한 퇴행성뇌질환의 하나다. 따라서 우리가 노력을 하면 발병의 위험성을 일부 낮출 수는 있지만, 발생 위험성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알츠하이머병은 어느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고 일단 발병하면 진행을 막기 어렵다.

김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부모나 형제 중에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성은 3~4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부모와 형제에게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얼마나 일찍 나타났었는가가 중요하며, 일찍 발병했을수록 유전성의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두뇌활동과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예방

치매를 일으키는 여러 질환 중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흔하며 그 다음으로 혈관성치매가 많다.

혈관성치매는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치매를 말한다.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의 질환으로 인해 뇌조직의 손상이 일어나고, 뇌기능의 저하를 일으켜 발생하게 된다. 대개 치매 증상은 서서히 진행하는 경과를 보이나, 혈관성치매는 갑자기 시작되고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계단식 악화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점진적인 경과를 보이는 알츠하이머병과 임상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글 읽기 및 글쓰기처럼 창조성을 요구하는 두뇌활동과 신체적 활동, 사회생활 등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신경을 보호함으로써 치매의 발병과 진행을 지연시키는데 좋다. 운동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행문제, 낙상, 체중변화, 이상행동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매일 30분 이상 가벼운 걷기 또는 각종 신체 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김 전문의는 “기억하지 못해서 큰 실수를 했을 때는 전문가를 찾아 자신의 인지기능에 대한 점검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장애는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어떤 질환이든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억장애도 가능한 일찍 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기억력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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