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현실로 만든 실천 본받아야
정주영, 2차산업시대 다양한 혁신 주도

▲ 김진천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장

요즘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은 ‘4차 산업혁명’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규명은 차치하더라도 그 의미는 단어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바로 ‘혁명(Revolution)’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부수고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갖는 의미이다.

첨단 IT시대에 4차 산업혁명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바로 스마트폰 아이폰(iPhone)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이다. 잡스는 기존의 핸드폰과 인터넷을 접목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정보를 접하면서 네트워크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이젠 너무나도 당연시되는 SNS 시대를 연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만든 스마트폰의 모든 요소기술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IT, 인터넷 정보기술을 융합해 재창조한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 일반인도 상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는 상상력에서 머물지 않고 놀라운 실천력으로 그것을 기술적으로 실체화해냈다. 이러한 점이 바로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낸 원동력이다.

인류는 이로 인해 새로운 ICT 기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을 완벽하게 제압한 인공지능 AI 알파고보다 더 뛰어난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이 가능해진 것도 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스티브 잡스처럼 전통과 패러다임을 파괴하고 혁신을 실천할 인물은 언제 나올 것인가? 필자는 스티브 잡스보다 더 뛰어나게 광범위한 영역에서 혁신을 실천한 사람으로 정주영 현대창업자를 꼽는다. 그는 울산, 아니 대한민국 전체의 산업혁신을 선도하였다.

그는 누구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26만t의 유조선을 조선소도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 내었다. 상대편을 설득하기 위해 500원 지폐에 도안된 거북선을 보여준 상상력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자동차 선진국 미국, 독일이 100년에 걸쳐 이룩한 자동차산업을 ‘하면 된다’는 신념 하나로 시작해 현재 세계 5위의 자동차 왕국을 완성한 것은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는다.

거기다가 현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ICT 기반 조선산업과 인공지능 자율자동차를 염두에 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를 설립할 때 이미 30~40년을 내다보고 융합적으로 판단해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서산 대간척사업에서 마지막 물막이를 폐유조선을 침몰시켜 완성한 엄청난 상상력과 실천력, 그 간척지에서 키운 소 1000마리를 이끌고 냉전의 휴전선을 넘은 평화를 위한 아방가르드(혁신적 예술경향)적 종합기획력은 앞으로 그 누구도 이루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사회복지 개념을 처음 도입한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을 거점으로 농어촌 지역 아산병원을 연계한 중앙-지역연계 의료체계사업, 지역사회 인재 육성과 근로자의 재교육을 위한 현대학원 산하 6개 중등학교와 울산대학교, 울산과학대 등 교육사업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한 혁신적이며 사회 발전을 위한 종합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2002년 월드컵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반이 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스포츠 외교력 등 수많은 혁신은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혁신가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누구도 시작하지 않은 국가 산업을 혼자서 상상하고 실천한 청년창업자이자 벤처 사업가며,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만든 일자리 창조자이다. 그는 2차 산업시대를 살았지만 그 상상력과 실천력, 그리고 사회·국가적 파급력은 한 국가의 국운을 바꿀 정도로 혁명적이었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보다 훨씬 먼저 정주영 현대창업자가 혁신해 놓은 산업과 사회시스템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마이카(My Car) 시대, 최고 혜택의 대형 의료복지 시스템 등 그가 혁신적으로 이룬 엄청난 것들을 처음부터 그냥 있었던 것처럼 누리고 있다. 2차 산업시대에 4차 산업혁명보다 훨씬 더 뛰어난 혁신가 정주영을 잊은 채….

김진천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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