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경 울산시 남구 신선로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밝힌 성추행 사실에 나도 동의한다는 뜻을 지닌 METOO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현직 여검사가 피해사실을 언론에 알리면서 용기있는 여성들의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서지현 검사가 밝힌 바에 의하면 성추행 사실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밝혔지만 이번에 이 사실을 폭로하기 까지는 무려 8년이란 세월이 걸린 셈인데 그 동안 혼자 속으로 삭인 울분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이번에 밝힌 용기있는 결단을 통해 여성들이 성추행과 성희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 검사가 말했듯이 성추행 피해자는 죄가 없는 게 맞는 말이지만 피해여성이 그 사실을 알리면 이중 피해자가 된다. 직장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사실을 보면 10중 8, 9명은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며 피해 사실을 당국에 알려도 수사과정에 또 다시 수치심을 갖게하며 처벌도 미미한 실정이어서 피해 여성들이 억울함을 무릅쓰고 피해를 감내하는게 보편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공직사회는 상급자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하여 직장 내에 상하 관계에 따른 위계질서가 엄격하기 때문에 상관의 부당한 지시나 행위를 따질 수 있는 분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공직자들의 진급을 결정하기 위해선 상급자나 하급조직원 전체에 걸쳐 직무능력 친화력 인간성 등과 같은 많은 항목에 대한상호평가를 통해 하급자도 상급자를 평가하도록 한다면 상급자라 해도 하급자에게 부당한 행위를 행사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며 실력과 인격을 겸비하지 못한 사람은 조직의 리더나 고위 공직자가 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검찰조직은 상명하복을 모토로 하는 이른바 검사동일체라는 인식이 조직의 법처럼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상사의 잘못에 항거한다는 것은 조직을 벗어날 각오를 하지 않고선 내릴 수 없는 결단이기에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살신성인의 자세 그자체가 아닐까 생각하며 정의의 화신으로 추앙받아야 할 만큼 가치 있고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검찰은 범인을 검거하고 죄와 벌을 묻는 집단인데 그런 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그 사실을 해당 장관에게 알려도 대답조차 않고 있다가 언론의 폭로가 이어지고자 마지못해 그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였는데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지극히 농후하다.

왜냐하면 시간이 많이 지난 점도 있지만 당시 동석하였던 사람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진실에 근접한 판결을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찾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 세계에 걸쳐 펼쳐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확산을 통해 여성에 대한 성 피해사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 위해 법과 제도를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호경 울산시 남구 신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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